“60세 넘어 일하는 사회” vs “30·40대 일자리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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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2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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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들. © News1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들. © News1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구조 변화가 가시화하자 정부가 ‘계속고용제도’를 통한 실질적인 정년연장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 정년연장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의 계속 고용이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50대 고용 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정년 연장 논의를 하는 것보다 기업의 자발적인 계속고용을 독려해 정년 연장의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정부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2년부터 사실상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는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기로 했다.

계속고용제도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근로자가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대신 기업에게는 Δ재고용 Δ정년연장 Δ정년폐지 등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그 이후까지 다양한 형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정년을 맞은 근로자가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계속고용제의 의무 연령을 70세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인구정책의 밑그림으로 계속고용제도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오는 2065년에는 노인 인구가 생산연령인구(15~64세)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먼저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미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치고 시행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인 ‘주요국의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 수급요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현재 65세인 정년을 오는 2029년까지 67세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일본은 계속고용제도를 통해 실질적 정년이 65세이며 미국과 영국, 캐나다(일반적으로 65세)는 아예 정년을 정해두고 있지 않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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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정부도 계속고용제도를 통해 실질적 정년을 65세로 늘리거나,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연동해 확대해나가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섣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청년과 40~50대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면 ‘역삼각형’ 구조의 노동시장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 늘며 문재인 정부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었지만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1월 이후 46개월째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정부 일자리 사업 등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무려 39만1000명 늘어났다.

노인 인구 증가에 비해 생산연령인구 감소 속도가 당장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매년 전년 대비 0% 중후반대나, 1%대 초반 수준으로 감소하지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전년 대비 5%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정부가 당장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고려하기보다는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이용해 기업의 자발적인 정년 연장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이 끝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주는 제도로 정부가 내년부터 예산 295억6000만원을 배정해 시행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시적 관점에서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현재 여전히 청년 실업 문제가 중요한 이슈고 30~50대 고용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허리 세대의 고용 병목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되면 허리계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명백한 모래시계형이나 역삼각형 형태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기업이 (정년 연장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계속고용의 가능성만 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노인인구가 빨리 늘지만 생산연령인구는 급속도로 줄지 않는다”며 “노인 대책이 먼저고 계속고용을 통한 노인의 소득안정화는 시기적으로 나중이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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