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살 된 오크빙하의 장례식…빙하가 녹으면 한국엔 어떤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0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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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와 어둠의 공포’만큼 나를 전율케 한 책은 없었다.” 히말라야 14좌를 최초로 완등한 전설적 산악인 메스너의 말이다. 이 소설은 1984년 소설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에게 엘리아스 카네티 문학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내용은 북극탐험대 이야기다. 1872년 총 24명의 북극 탐험대가 노르웨이 트롬쇠항을 출발한다. 배는 출항한 지 14일 만에 빙하로 얼어붙은 북극해에 갇힌다. 그리고 그 후 2년간 이어진 고통과 공포로 이어지는 탐험이 시작된다. 책을 읽으면서 빙하는 나에게 시종 어두운 회색 빛깔로 다가왔다.

영화 ‘투모로우’의 시작은 주인공이 빙하시추를 하는 장면이다. 기후학자들에게 빙하는 엄청난 기후역사의 보물이다. 덴마크의 지구물리학자 빌리 단스고르가 개발한 빙심(Ice Core) 시추기술은 기후역사 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왔다. 현재는 남극 3270m 깊이에서 채취된 얼음 기둥으로 약 80만 년 동안의 날씨 기록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데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빙하들이 무섭게 녹아내리고 있다.

“빙하가 사라졌다고 장례식을 치르고 추모비를 세웠다구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이야기가 발생했다. “오크(Ok)화산은 아이슬란드에서 최초로 빙하의 지위를 잃었다. 앞으로 200년 안에 아이슬란드의 주요 빙하들이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이 추모비는 지금 무슨 일(지구온난화)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8월 18일 아이슬란드에서 700살 된 오크빙하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미국 라이스대학 기후학자들이 준비했다. 아이슬란드 총리도 참석했다.

올 6, 7월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달이었다. 8월에도 기록적인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북극권 지역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양이 급증하고 있다. 정말 올 여름에 빙하가 기록적으로 많이 녹고 있을까? 기상청 북국해빙감시시스템자료를 보자. 지난달 30일 현재 남아있는 북극의 빙하면적은 678만1250제곱킬로미터다. 이는 서울시 면적(약 605제곱킬로미터)의 1만 배가 넘는다. 2017년의 727만4375제곱킬로미터, 2018년이 735만9375제곱킬로미터로 올해가 지난해보다 8% 이상 빙하면적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2000년 이후 가장 빙하가 많이 녹았던 해가 2012년으로 당시 687만3750제곱킬로미터가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올해 빙하 면적이 2012년보다 더 적다. 정말로 많은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말이다.

빙하가 많이 녹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첫째, 기온이 높아진다. 둘째,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남태평양 국가 등 저지대가 물에 잠긴다. 셋째, 해류의 흐름을 변화시켜 소빙하기가 올 수도 있다. 넷째,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 주변국가에 물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빙하 전문가인 부경대 김백민 교수는 “빙하가 많이 녹으면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폭염, 겨울철에 혹한, 강력한 슈퍼태풍, 그리고 심각한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빙하는 지금도 나에게는 짙은 회색으로 다가온다.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정말 필요한 때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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