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은 부담, 가만 놔두기도… 트럼프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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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동원 땐 막대한 비용 골치, 그냥 두면 ‘이빨 빠진 호랑이’ 우려
트럼프 “이란 경제제재 강화 지시”… 이란은 美에 배후설 부인 공식서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시설 피습 후 미국 외교안보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격 배후로 추정한 이란에 보복하는 것도 쉽지 않고 가만히 있자니 무능하고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재무장관에게 이란 제재 조치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하루 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그를 만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사건의 검증 결과에 따라 (군사)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라며 “우리의 이익과 동맹을 방어할 준비가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사우디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이틀 전 대이란 군사 대응을 시사하며 ‘장전 완료’를 언급했던 대통령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겉으로 드러난 미 권력자들의 강경 발언과 달리 행정부 내에서는 이란 강경책에 대한 논쟁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용을 이유로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돈이 필요한 군사 대응을 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등도 군사 수단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가 무엇인가 결정하더라도 사우디가 많이 관여해야 한다. 여기에는 비용도 포함된다”고 돈을 거론했다.

CNN은 “이란의 소행임이 확인됐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미국이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처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도 중동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피습 후에도 이란과의 협상 의지를 보인 것은 그를 ‘사자’가 아니라 ‘토끼’처럼 보이게 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까지 트위터에 “신중한 대응은 이란에 대한 나약함의 표시”라고 비판했다. 이란뿐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계 각국에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와 CNN 등은 이번 공습이 이란 남서부에서 시작됐고, 드론 외 저고도 순항 미사일이 사용됐음을 미 정부가 확인했다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은 16일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대통령에게 이란 원유시설 공습, 미사일 기지 타격,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군사 보복 방안을 보고했다. 사우디가 보복 공격을 주도하고 미국은 각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안, 미군의 페르시아만 추가 배치 등도 거론됐다. 반면 18일 이란 관영통신 IRNA에 따르면 이란은 배후설을 부인하는 외교 전문을 이미 미국 정부에 보냈다. 이란은 공습 이틀 후인 16일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주테헤란 스위스대사관에 이 서한을 전달했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피격으로 차질이 생긴 생산 물량 중 약 50%를 회복했다. 2주 후인 이달 말이면 원유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트럼프#이란#사우디아라비아#드론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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