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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맞춤형’ 담배로 인도네시아 입맛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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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맞춤형’ 담배로 인도네시아 입맛 사로잡았다

자카르타·수라바야=김상운 기자 입력 2019-09-19 03:00수정 2019-09-19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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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인도네시아 사업장 가보니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주 파수루안시에 자리 잡은 KT&G 생산공장. R&D센터를 비롯해 약 17만 ㎡ 규모로 9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 6억4000만 명의 거대한 아세안(ASEAN) 시장을 잡아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 수출 규제 등을 겪으며 특정국에 편중된 무역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흥 시장인 아세안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주변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신(新)남방 정책’을 발표했고 올 11월에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등 아세안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중 가장 많은 인구(2억6058만 명)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시장은 국내 산업계가 부쩍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세계 4위의 인구대국답게 인도네시아 담배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인도네시아 담배시장(216억 달러)에서 활약하고 있는 KT&G 현지 사업장을 찾아가 봤다.》


1차 생산공장 내 관제실에서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담뱃잎의 습도와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하는 모습(위 사진). 김종오 KT&G 인도네시아 제조법인장이 현지 직원들과 생산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 파수루안시 KT&G 담배 생산공장. 이 나라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에서 약 50km 떨어진 항구도시에 17만 m² 규모의 거대한 공장시설이 들어서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 생산공장이었던 트리삭티 공장을 KT&G가 2011년 인수해 리모델링한 곳이다.

‘ESSE’ 로고가 새겨진 잔디밭을 지나 연구개발(R&D)센터에 들어서자 첨단 분석기기와 더불어 약 30종의 잎담배 샘플을 모아 놓은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클로브(clove) 혹은 정향(丁香)으로 불리는 말린 꽃봉오리 샘플들도 종류별로 비치돼 있다. 정향은 은단과 비슷한 향을 풍기는 독특한 향신료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즐겨 피우는 크레텍(Kretek) 담배의 주재료다. 이곳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잎담배와 정향을 적절히 혼합해 최상의 맛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음식문화를 고려해 망고와 꿀, 애플민트 향을 첨가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 필터에 혀를 대보니 향긋한 과일 향과 함께 설탕을 바른 듯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KT&G가 이처럼 다양한 단맛을 첨가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인도네시아 시장이 유일하다.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 덕분에 올 4월 출시한 ‘에쎄 체인지 주시’는 판매 5개월 만에 4억 개비가 넘게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대형 편의점인 알파마트에서 에쎄 시장점유율은 13.3%(올 7월 기준)로 전체 브랜드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KT&G는 올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15% 늘어난 1226억 원의 매출액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오 KT&G 인도네시아 제조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R&D센터를 구축함으로써 현지인들의 취향을 제품 개발에 신속히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본국에서 축적한 궐련 담배 노하우와 인도네시아 특유의 크레텍 담배 기술을 적절히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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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는 인도네시아 로컬기업으로 현지 1위 브랜드인 삼포르나(Sampoerna)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영입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KT&G에 합류해 잎담배 블렌딩(여러 종류의 담뱃잎을 특정 비율로 혼합하는 기술)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올로안 산투리 씨(51)는 “외국계 기업으로 인도네시아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인들과 융화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라며 “캡슐 향처럼 KT&G가 갖고 있는 강점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에 있는 KT&G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의 권민석 법인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직원들(위 사진). 아래 사진은 R&D센터에서 현지 직원과 주재원이 제품 성분을 분석하는 모습.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R&D센터에서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1차(primary) 생산시설은 잎담배 블렌딩과 가습, 향 첨가(가향) 등 거의 모든 공정을 기계로 진행하고 있었다. 마치 반도체 공장처럼 방진모를 착용한 뒤 온몸의 먼지를 떨어내는 클린룸을 통과했다. 공장 2층에 자리 잡은 관제실에 들어서자 전체 공정의 작업 상황은 물론이고 담뱃잎의 습도,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보여주는 모니터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KT&G가 이곳에 자동화 설비를 들여오면서 관제실도 새로 설치했다고 한다.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2차(secondary) 생산시설도 각초(잎담배를 잘게 자른 것)에 필터를 부착한 뒤 종이로 포장하는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정년퇴직한 뒤 최근 재취업돼 인도네시아 직원들에게 정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60대 한국인 고참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해결과 더불어 퇴직자들의 경륜을 활용하는 일거양득의 조치인 셈이다.

KT&G는 현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본사에 위탁교육을 보내는 한편 교육전담 매니저를 두고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2022년까지 연간 100억 개비 생산을 목표로 향후 3년 동안 생산설비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권민석 KT&G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10년 내 인도네시아 담배시장 1위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자카르타·수라바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kt&g#인도네시아#아세안#담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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