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CEO 회동, 오늘은 압수수색…최악 치닫는 ‘배터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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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7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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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 회동을 가지는 등 잠시 화해 국면에 들어섰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경찰 압수수색을 겪으며 또다시 ‘전기차 배터리 전쟁’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양측은 날선 말을 주고받으며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은 이날 오전부터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과 대전 대덕기술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고소한 사건과 관련된 절차다.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전시된 전기차 배터리© News1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전시된 전기차 배터리© News1
공교롭게도 전날(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회동을 갖고 배터리 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동안 소송전과 여론전을 벌이며 갈등이 점점 심화되던 상황에서, 양측 CEO가 처음으로 만나 문제 해결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는 연구원. © News1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는 연구원. © News1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이날 회동이 종료된 직후 LG화학은 “양사 CEO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며 “지금까지 대화를 통한 노력을 한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조만간 양측의 갈등이 해소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날인 17일 LG화학의 고소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어떻게 보면 수사 진행을 위한 일반적인 절차이기에 차분히 대응할 수도 있었지만, 양측은 서로에게 날선 말을 던지며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우선 LG화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수수색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밝혔다. LG 측은 “불과 2년만에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채용하는 등 경쟁사(SK이노베이션)의 도를 넘은 인력 빼가기 과정에서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이 다량 유출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경쟁사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그에 대해 검찰 및 법원에서도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그동안 자사가 파악한 SK이노베이션의 비정상적인 채용 행위와 산업기밀·영업비밀 부정 취득 정황을 자세히 밝히기도 했다. LG 측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당사의 2차전지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기존의 강도 높은 비판을 그대로 이어갔다.

이어 “경쟁사는 선도업체인 당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이며 공정 시장 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려왔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경쟁사의 위법한 불공정행위가 명백히 밝혀져 업계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LG화학 출신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SK 측은 “헤드헌팅 회사들에는 특정 배터리 기업 출신 인력들의 이직 희망 신청이 넘쳐난다”고 언급했다. LG화학을 겨냥한 말로, 애초에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했다면 왜 우리 회사로 이직했겠냐는 지적이다.

SK 측은 “2016년부터 진행한 경력사원 채용에 지원한 LG화학 출신의 규모는 엄청나다”며 “실제 채용한 LG화학 직원은 전체 지원자의 10%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부디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소송전에 대해선 서로 ‘치킨게임’에 매달리는 대신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며 LG화학에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배터리 산업은 2024~2025년쯤 한국의 주력 업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SK 측은 “LG화학 출신 직원 채용에 대해선 ”향후라도 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감안해 전문인력 공동 육성을 하자“고 제안했다. LG화학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며 ”(과거에 양사가 겪었던 소송전으로) 외국의 전지 회사들만 큰 이익을 얻었던 뼈아픈 경험을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 말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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