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겨냥한 트럼프 “사우디 공습 범인 짐작… 우린 장전 완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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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아닌 이란서 드론 발진說… 美언론 “이란, 순항미사일 발사”
美, 배후 확인땐 군사공격 시사… 일각선 “제2의 진주만 사태”
이란 ‘유엔총회때 정상회담’ 부정적… 트럼프도 “조건없이 만나진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에 대한 공습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특히 공습에 사용된 드론이 예멘이 아닌 이란 방향에서 날아왔으며 이란이 미사일 공격까지 가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단순 도발이 아닌 전쟁 수준의 무력 공격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일부 군사 전문가는 ‘제2의 진주만 사태’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공습 범인이 누구인지 알 만한 정황이 있다. 검증 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썼다.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상응하는 군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7년 8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며 ‘괌 타격’을 운운했을 때도 ‘장전 완료’ 표현을 사용했다. 이 트윗을 올리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뉴스는 이날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란이 공격 당시 순항 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동원된 드론도 당초 알려진 10대가 아니라 20대 이상”이라고 전했다. 단 10대의 드론만으로 이번에 피해를 입은 표적 17개를 타격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모든 증거가 정교한 순항 미사일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공습에 쓰인 드론이 사우디의 남쪽인 예멘이 아니라 이란이 위치한 북서쪽에서 날아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CNN에 “피습 시설은 모두 서쪽 및 북서쪽 부분에 공격을 받았다. 예멘에서 날아온 드론이 이런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 랜디 라슨 전 미 국방대(NDU) 교수도 블룸버그에 “이번 사건이 진주만 공습만큼 중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배후설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하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은 16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아람코에 있는 외국인과 외국 회사는 즉각 떠나라. 당신들은 여전히 우리의 표적이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 사우디가 즉시 예멘에 대한 침략과 봉쇄를 중단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우디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무장조직이 공습 배후라고 보고 있다. 이라크 남부는 ‘정부 위의 정부’로 평가받는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의 활동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쿠웨이트에서도 피격 직전 자국 상공을 지나는 드론을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랐다.

이번 사태로 뉴욕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미-이란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16일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15일 폭스뉴스에서 “대통령이 이달 말 뉴욕 유엔 총회 기간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에 “가짜뉴스들이 내가 ‘아무 조건 없이’ 이란과 만날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틀렸다”며 회담 성사에 여러 조건을 내걸 것임을 시사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미국#트럼프#사우디아라비아#드론 공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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