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이후 與 떠난 중도층, 지지정당 못찾아 ‘무당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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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3명 “지지정당 없다”
탄핵후 與지지서 다시 ‘무당파’… 한국당, 지지층으로 흡수못해
與 “권력기관 개혁 마무리해 회복”… 한국당, 조국 공세로 외연확장 전략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어느 쪽에 제대로 마음을 두지 못하고 흔들리는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일방통행식 ‘조국 구하기’에 실망한 중도층을 향해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며 지지층 재결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사태를 보수 결집과 당의 오랜 숙제인 ‘중도로의 외연 확장’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런 여야의 극한 대립이 무당파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10, 11일 진행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3.7%로 지난달 13, 14일 조사(38.5%) 때보다 4.8%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당 지지율은 22.7%로 지난달(19.6%)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결과 각 당 지지층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여권의 ‘조국 살리기’에 실망한 지지층을 고스란히 흡수하진 못하면서 이른바 무당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BS 조사에서 무당파는 18.8%로 지난달(16.9%)보다 1.9%포인트 늘어났다. 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무당파가 30.5%를 차지했고 ‘모르겠다’(8.0%)까지 포함하면 38.5%에 달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A 교수는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을 이탈한 사람들은 탄핵 국면인 2016년 후반기에 민주당 정체성을 가졌다가 조 장관 사태에 실망해 무당파로 되돌아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기존 정당에 등을 돌린 이들이 늘면서 제3당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당은 추석 이후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온통 ‘조국 이슈’로 만들어 조 장관을 반대한 이들을 지지층으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바른미래당과의 공동전선 형성을 계기로 ‘반문 연대’를 형성하고 보수 대통합의 기조를 중도보수로 ‘좌클릭’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당의 고민거리다. 당장 박 전 대통령은 16일 구치소를 나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당분간 입원할 예정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밖에서 간접적으로라도 탄핵의 부당성과 우파 결집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낼 경우 외연 확장을 모색하는 한국당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무당파와 함께 특히 지지층 중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점점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SBS 조사에 따르면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들(53%)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가 13.2%였다. 특히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 중 29.6%는 조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패스트트랙 논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논란 등 첨예한 이슈 때마다 드러난 민심의 ‘지지 정당 따르기’ 현상이 ‘조국 사태’에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검찰 개혁’으로 전선을 옮기면서 조 장관과 당청이 검찰개혁의 성과를 보이면 지지층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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