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거부권 없는’ 체포영장 불응에 ‘추가뇌물’ 기소 차질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25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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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3개월 넘도록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검찰 조사를 거부해 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체포영장 집행마저 불응하면서 김 전 차관의 추가 뇌물수수 혐의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김 전 차관이 ‘진술 거부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을 넘어 거부할 권한이 없는 체포영장 집행마저 불응하면서 수사기관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지난 20일 발부된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최근 시도했으나 김 전 차관의 거부로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1일엔 구치소 내 본인 방에서 누워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22일엔 자신의 생일이라는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구속된 이후 일관되게 검찰 접견조사를 거부해왔다.

검찰은 일단 김 전 차관이 건강상 이유 등을 내세운 데다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끌어낼 경우 조사 과정에서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강제인치는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이 계속해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할 경우 27일 김 전 차관의 재판을 마치고 강제인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이번에 발부받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일주일로 26일 만료되기 때문에 새로운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해야 한다.

이번 체포영장은 이미 제기된 공소사실 이외에 최근 새롭게 드러난 저축은행 고위관계자로부터 억대 뇌물수수 혐의와 2008년 3월 별장 옷방에서 피해 주장 여성 최모씨를 성폭행 한 혐의, 최씨가 2013년 검경 수사 당시 거짓 진술했다는 허위 사실이 기재된 고소장을 제출한 무고 혐의 등에 따른 것이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 News1
서울동부지방검찰청. © News1

특히 이중 추가 뇌물수수 혐의는 대면조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뇌물 공여자인 A저축은행 회장 김모씨가 이미 사망한 데다 수뢰자인 김 전 차관 역시 소환조사를 계속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검찰 공무원인 김 전 차관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은 김씨로부터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차명계좌로 1억원대 중반을 부인 이모씨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정황까지 확인했다. 검찰은 이 기간동안 김씨가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근무한 검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지만 둘 간의 대가성을 진술할 ‘입’이 부재하면서 추가기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의 유리한 방법’이라고 판단한 김 전 차관이 ‘진술 거부권’은 물론 정당한 법 집행까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돈이 오간 성격에 따라 대가성 유무가 달라지는 뇌물사건의 특성상 김 전 차관이 입을 닫을수록 검찰은 방어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과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잠행하며 출석요구서와 동행명령서를 받지 않으면서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우 전 수석이 ‘본인이 직접 출석 요구서를 수령해야 적용된다’는 국회법상 증인 불출석 처벌의 맹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라며 “김 전 차관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봐야 말꼬리가 잡혀서 결국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만 쏟아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미 진술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김 전 차관을 강제로 데려오는 건 ‘조사 실효성’이나 ‘피고인 인권’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진술을 안 하겠다는 피고인을 끌고 와서 조사실에 앉혀 대기시키는 건 법률상 가능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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