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NSC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입장 정리…靑, 23일 발표할 듯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1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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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비건 면담 뒤 가닥…NSC 정례 상임위서 최종 확정
靑 "모든 절차 후 입장 정할 것"…文대통령 재가 후 발표할 듯

청와대가 오는 2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키로 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통보 시한 하루 전인 23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왔다 하더라도 어쨌든 (통보 시한 전에는) 정부의 최종 입장은 정리돼야 한다”며 “(주어진) 모든 절차를 다 밟아서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의 폐기 여부에 대한 최종 통보시한은 오는 24일이다. 정부가 일본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전략적 모호성 차원으로 일본과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됐든 24일 하루 전까지는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은 22일 방한 중인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관련 논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면담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추진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하지만, 지소미아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도 함께 전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비건 대표와의 면담 결과를 토대로 오후 예정된 NSC 상임위에서 우리 정부의 최종 입장을 정리한 뒤,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지소미아를 유지하자는 쪽이 폐기하자는 주장보다 근소하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직접 입장을 발표할 것인지, 주무 부처인 국방부가 할 것인지 여부도 아직 조율이 덜 끝났다. 절차상 폐기 통보를 국방부가 하도록 돼 있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직접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안보라는 관점의 기본 성격을 이미 뛰어넘었다”며 “다양한 이익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정치적 판단인 만큼, 국방부보다는 청와대가 발표하는 것이 당위성 차원에서 옳다”고 말했다.

만일 청와대에서 발표를 한다면 정 실장이 할 것인지, 김 차장이 할 것인지 여부도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차장은 지난달 워싱턴을 찾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 뒤, 미국의 입장을 정리해서 알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박4일 동안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부보좌관, 국무부 고위 인사 등 14-15명을 만나 경제·외교전략·안보 이익 등 포괄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구상을 묻고, 한국의 입장을 가감없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지난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7월 방미 목적과 주고받았던 논의 내용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김 차장은 “알고싶은 것이 있어 미국 백악관과 상하원을 찾았었다”면서 “미국이 한미일 삼각공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 위주의 아시아 외교정책 운영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을 어느 정도 알아야만 우리의 외교정책과 국방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물어봤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기존 한미일 삼각공조의 체제에서 대(對) 중국 봉쇄정책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완전히 노선을 바꾼 것이라면 우리 정부도 그에 걸맞는 변화된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김 차장의 설명이다.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미국이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조하는 과정의 산물인 만큼, 일본과의 무역전쟁 속에 막대한 손해를 입어가면서까지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김 차장이 국내 정찰용 인공위성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지소미아 안에서 일본으로부터 제공받는 정보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차장은 “우리가 안보 분야에서도 외부 세력의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부품소재와 같은 문제가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우리도 빨리 저궤도 정찰용 인공위성을 만들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지소미아와 한미일 삼각공조를 동일시 하는 프레임을 짜놓고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최근 지소미아를 폐기하는 쪽이 한미일 공조 균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가와노 가쓰토시 전 일본 통합막료장(합참의장)은 지난 15일 일본의 한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지소미아 갱신을 하지 않으면 한국 스스로 한미일의 연대를 명확히 무너뜨리고, 대북 연대고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며 “이는 미국에도 큰 사건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만 해도 한일 관계 개입에 유보적이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지소미아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20일 국내 대기업 14곳 임원들과의 비공개 조찬 간담회에서 “지소미아가 파기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 갈등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해리스 대사의 입장 변화를 볼 때 비건 대표 역시 김 차장에게 지소미아 연장에 무게를 실어 권유할 것으로 관측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차장과 비건 대표가 어떤 내용으로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도 없고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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