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낮은 지지율과 여론조사 함정[동아광장/한규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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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트럼프 당선’ 예측 실패, 지지율 기반한 분석의 맹점 드러나
‘숨은 지지자들’ 과소평가한 결과
현재 美 경제 상황 트럼프에게 유리… 민주당 후보들은 자중지란 심각
롤러코스터 같은 국제정세 이어질 수도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국 대통령만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 미중(美中) 무역 전쟁, 한일(韓日) 갈등 등을 바라보면서 벌써부터 국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까? 여론조사 결과들은 부정적이다. 가령 16일 발표된 폭스뉴스 조사에서는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든 6∼12%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예측으로 유명한 데이터 저널리즘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취합해 기관별 왜곡을 보정한 추정 값을 발표한다. 이 기관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42.1%로 추정했다. 동일 시점을 기준으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33.1%)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카터 전 대통령은 과학적 지지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재선에 실패한 단 두 명의 대통령 중 한 명이다.

문제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이런 ‘지지율’ 기반의 분석이 낮은 예측력을 보인 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각 주에서 실시된 지지율 조사에 기초하여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득표율을 48.5%(실제 득표율 48.2%), 트럼프 후보의 득표율을 44.9%(실제 득표율 46.1%)로 예측했다. 트럼프 후보 득표율을 약간 과소 추정했으나 크게 벗어나진 않은 셈이다. 반면 선거인단 수에 대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클린턴 후보가 302.2명, 트럼프 후보가 235.0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두 후보가 각각 227명과 30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자와 패자를 거꾸로 예측했다.

왜 이런 오류가 발생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숨는’ 현상 때문이다. 필자의 연구팀이 파이브서티에이트의 결과를 유사한 방법론으로 모사한 후 두 후보의 당선 가능도를 추정한 결과 클린턴이 94.9%, 트럼프는 4.6%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의 숨는 현상이 아주 조금만 있다고 가정해도 결론은 달라졌다. 미국 중서부 쇠락한 공업지대를 칭하는 ‘러스트 벨트’를 포함한 단 10개의 경합주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1%만 실제보다 낮게 추정돼도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26.8%로 급상승했다. 만약 같은 10개 주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약 1.6% 과소 추정됐다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50%를 넘어서 승자가 뒤바뀌었다. 이 정도의 숨는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자랑스러워하진 않지만 지지하는’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전략이 이번에도 통한다면 현 대통령 지지율은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임기를 시작한 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45.5%에 불과했다. 이 정도 지지층으로도 대선 승리가 가능한 것이다.

경제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무디스의 경제학자 마크 잰디는 유류 가격, 실업률, 경제성장률 등 주요 경제 지표에 기반한 12개의 통계 모형을 적용한 결과,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했다고 발표했다. 예일대 경제학자 레이 페어 교수도 각종 경제 지표에 근거한 모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더구나 민주당의 자중지란도 심각하다. 가령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유력 후보들은 표결 경향 분석에서 상원 내 가장 진보적인 의원들 축에 낀다. 중도 유권자들에게는 확장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경선 TV토론회 등에서 경쟁 후보들의 집중 공격으로 이미지가 많이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동거가 4년 더 이어질까? 이건 확실해 보인다. 그의 당선 가능성이 현재의 지지율이 시사하는 것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점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현 국제 정세가 계속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미중 무역전쟁#한일 갈등#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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