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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르고, 로또 아파트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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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르고, 로또 아파트 속출”

김유림 기자 입력 2019-08-19 17:16수정 2019-08-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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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의 흑역사
● “분양가 잡는다고 집값 잡히지 않는다”
● 박정희 정부 때 도입, 2014년 폐지
● 최근 집값 오르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적용
● 투기과열지역으로 확대, 5~10년 전매제한
● ‘반값’ 보금자리주택 두 배 올라…“이번에도 로또 될 것”
●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 ‘풍선 효과’
● 건설사들 행정소송 예고
8월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이날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투기과열대상 전역으로 확대하고, 해당 주택의 전매제한기한을 최장 10년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일 간 무역 분쟁, 미·중 관세 갈등 등 초대형 악재들로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건설 투자마저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분양가상한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분양가를 제한하면 건설사 이익이 줄어들어 주택 건설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와 결국 집값 상승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그간의 분양가상한제 역사를 되짚어보더라도 유추 가능하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아파트 토지비(감정평가)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 건설업자의 적정 이윤 등을 더해 시장가격(시세)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 내에서 주택을 분양할 때 건설사는 입주자 모집 공고에 택지비, 공사비, 간접비, 그 밖의 비용 등 분양가격을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주변 시세와 관계없이 공개된 비용으로만 분양가가 정해져 그 수준이 현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노태우 정부 시절 원가연동제와 유사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이 과도하게 이익을 남긴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첫 출발점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중동 붐으로 유입된 유동자본이 상당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주택 규모나 원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3.3㎡당 상한 가격을 정해 그 이상으로는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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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주택 공급 축소와 전세 대란을 불러왔다. 이 시기 전국의 주택 공급 물량은 연평균 23만6000가구에 그쳤고, 주택 공급 감소에 따라 집값 상승률도 연 10.1%에 달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전세 물량이 부족하자 전세 가격도 급등했다.

이후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1월 기존의 규제 방식을 버리고 ‘원가연동제’를 도입했다. 원가연동제는 정부가 매년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정하는 표준건축비(현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으로, 지금의 분양가상한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1년간 전국에 보급된 주택 물량은 58만3000가구로 분양가를 획일적으로 규제했던 직전 10여 년에 비해 2배가량 늘었고, 집값 상승률도 1.8%로 크게 둔화했다.

다만 이 시기 집값이 안정된 결정적인 이유는 공급 물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 시기 ‘주택 200만호 공급’을 목표로 경기도 분당·일산 등 1기(1989~1991년) 신도시에 30만 가구를 건설했고, 서울 수서·대치·우면동 일대 택지개발을 통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했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의 위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정부가 부지를 조성해 판매하는 공공택지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공급 확대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은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주택 시장이 침체되고 미분양이 급증하자 정부는 강원도와 충북 등 4개 지역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가 규제를 완화했다. 같은 해 6월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해 분양가 자율화가 실시된 데 이어 1998년 2월 민간사업자 보유택지 자율화, 1998년 10월 수도권 85㎡ 초과 공공택지 아파트 자율화, 1999년 1월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아파트 외 모든 아파트 분양 시장 자율화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분양가 규제가 폐지됐다.

주택 경기를 살리고자 시행된 분양가 자율화는 2000년대 초반 주택 경기가 회복되면서 또다시 ‘분양가 급등’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변 아파트도 분양가에 맞춰 덩달아 올라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자 다시금 “분양가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1998년 3.3㎡당 512만 원이던 분양가는 2006년 3.3㎡당 1546만 원으로 급등했다.

후분양 주택까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국토부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 서울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전경. [뉴시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2005년 3월 분양가상한제를 재도입했다. 특히 판교 신도시와 은평 뉴타운 등 2기 신도시의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여론이 일면서, 민간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셌다. 이에 정부는 2007년 9월 주택법을 개정해 공공택지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주택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고 있는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공급 부족 논란은 이때부터, 즉 2007~2014년까지 일어난 공급 부족 현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003~2006년 분양가 자율화 시절에는 연간 40만~47만 가구가 공급됐지만 2007년 9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이후부터 2014년까지는 연간 27만~37만 가구로 공급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침체된 건설 경기를 살리고자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공공택지에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상황은 또 바뀌었다. 주택공급량이 다시 연간 47만~53만 가구로 늘어난 것. 권 교수는 “이를 보더라도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물량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다시금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상한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규정은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해당 지역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정부는 이 기준을 바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을 투기과열지구 전체로 넓혔다.

또한 정부는 후분양 주택에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주택법에 의하면 후분양, 혹은 임대 후 분양하는 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을 이번 규제에 포함시키고자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최초 분양 시점으로 변경했다. 결국 서울 시내 대부분의 재건축 재개발 단지가 분양가상한제에 묶이게 된 셈이다. 앞서 국토부는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 분양가가 16~29% 떨어졌다는 점을 토대로, 이번에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현재보다 3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가상한제 소급도 진행된다. 기존 주택법에서는 정비사업 아파트의 경우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아파트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정비사업 아파트도 일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분’부터 적용받도록 했다. 분양 절차를 보면 건설사는 철거를 마무리한 뒤 착공 단계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현재 이주 및 철거가 진행 중인 서울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반포주공1·2·4지구, 신반포4지구, 미성·크로바 등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벌써부터 재건축조합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부 재건축조합은 헌법소원 등을 통해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2030년까지 주택 수요 증가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가격 상승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효과일 뿐 향후 몇 년 뒤에는 집값이 오히려 크게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주택이 부족한 만큼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집값이 잡히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 수가 350만 채에 달하지만, 연간 분양 물량은 보통 수만 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만 호 정도의 아파트 분양가를 낮춰서 350만 채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대거 중단될 경우 공급 물량은 더욱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30년까지, 인구는 줄어들되 1인 가구의 증가로 필요한 주택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판단하는 이가 많다.

‘오르기 전에 사두자’ 심리

이미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오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로 향후 몇 년간 신규 아파트가 많이 나오지 않으면, 그나마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옮겨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8월 11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5년 내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은 8월 첫째 주 0.09% 올라 전국(0.02%) 평균에 비해 5배가량 높게 나왔다. 특히 7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는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이 각각 전주보다 0.03%, 0.02% 하락한 반면, 분양가상한제 시행 규제가 예고된 7월 중순(셋째 주)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매주 0.05%, 0.05%, 0.10%로 상승 폭이 커졌다. 기존 실수요에 추가 수요자까지 뛰어들었기 때문인데, 이는 ‘오르기 전에 사두자’라는 심리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60㎡는 분양권이 최초분양가 7억 원의 2배가 넘는 15억 원에 최근 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결국 현금부자만이 해당 물건에 대한 선점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9·13 부동산대책 이후 현재 서울 시내에서는 9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해 자금력 없이는 주택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에 유동성 자금이 1100조 원 이상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부자들은 결국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심교언 교수는 “서민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고 하지만, 결국 정책의 열매는 돈 있는 사람들이 따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지금 당장 눈앞의 효과만을 기대하고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상당 부분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누구를 위한 ‘로또’인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윤관석 등 민주당 의원들이 8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설령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낮은 가격으로 분양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는 결국 ‘로또 아파트’라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의 경우 주변 시세 대비 무려 10억 원 낮게 분양되는 단지도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계까지 사업이 진척된 재건축 재개발 단지는 70여 개 된다.

이 중 30여 개 단지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에 몰려 있다. 강남에서도 ‘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총 1700여 가구를 일반분양하는 방배5구역, 최근 조합설립인가 무효소송 2심에서 이긴 방배 13구역, 잠원동 신반포4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 개포동주공1단지 및 4단지, 역삼동 아이파크(개나리4차 재건축), 청담삼익, 송파구 진주아파트, 미성·크로바아파트 등이 있다. 만약 해당 단지들이 분양가상한제로 시세의 50~80% 수준에서 분양될 경우 훗날 엄청난 시세차익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보더라도 ‘로또 아파트’에 대한 우려는 거두기 힘들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재고(기존 주택)에 비해 신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경우 신규 주택 가격이 기존 주택 가격과 유사해지는 현상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반값 아파트’라고 불린 강남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2012년, 2014년) 대비 현재 1.7~1.8배 정도 올랐다. 이를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8~13%에 달한다. 세곡동 등 일부 지역은 분양가 대비 3~4배까지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우려를 막고자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전매제한’ 카드를 내밀었다. 분양가상한제 전용 주택의 전매 제한 기간을 최장 5~10년(종전 3~4년)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의무 거주기간도 도입한다. 현재 수도권 공공분양 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최장 5년 거주 의무기간’을 올해 중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분양을 받은 사람이 전매 제한 기간에 이혼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주택을 일정 금액으로 우선 매입한다. LH가 우선 매입한 주택은 임대 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교수는 “보통 30대 중반에서 40대에 주택을 구입한다고 봤을 때 50대까지 집을 처분하지 못한다는 얘기인데, 이직과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한창 움직임이 많을 시기에 이렇게 강제적으로 재산을 묶어두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묶인 상태에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경우 주택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연구원장은 “건설업자들이 수익 달성을 위해 저가의 자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10여 년 전 판교신도시에서도 입주예정자 연합회가 아파트 외벽이 저급 마감재로 시공되는 것을 우려해 건설사에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입주자 중 일부는 입주하자마자 저급 자재를 뜯어내고 자기가 원하는 자재로 공사를 다시 했다. 고 원장은 “오히려 낭비를 조장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9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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