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뒤엔… 문화전쟁 이슈 밀어붙이는 ‘34세 맹렬 참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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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 연설문 작성부터 정책 입안까지
지지층 결집한 이슈 드라이브… WP “백악관 파워 정점에 올라”
“모든 걸 깨알 관리하려 해” 비판

‘미국 대통령직의 핵심 플롯(plot·구성)을 쓰고 있는 자.’

스티븐 밀러 미 백악관 선임고문(34·사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내린 평가다. 그가 이민을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하며 백악관 파워의 정점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미국 체류자들에게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는 등 합법적 이민까지 제한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WP는 이런 움직임 뒤에도 그가 있으며 낙태, 동성애 등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소위 ‘문화 전쟁’ 의제를 주도하는 사람이 밀러 고문이라고 진단했다.

1985년 캘리포니아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듀크대 재학 시절부터 학내 극우 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흑인 시인 겸 여성운동가 마여 앤젤루를 ‘인종 편집증(racial paranoia)’ 환자로 비난하고 히스패닉 대학생 단체를 반대해 유명세를 떨쳤다. 졸업 후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 보좌관을 지냈고 2016년 12월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발탁됐다.

밀러 고문은 마약, 인신매매 등 범죄자와 불법 이민자만 차단하자는 대다수 행정부 관계자의 생각과 달리 이민 유입 자체를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다. 그는 거센 인권 유린 및 아동 학대 비판을 받았던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 격리 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이런 접근이 대통령의 지지 기반 겸 재선 여부를 좌우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등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를 공략할 핵심 정책이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그를 조명한 기사에서 “그는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정책 입안자, 인사 책임자, 입법 보좌관, 대변인, 전략가이며 모든 결정 단계마다 가장 강경한 쪽으로 밀어붙인다”고 평했다. 밀러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연설을 듣고 “영혼에 전율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충성심을 보여 왔다. 익명의 고위 당국자는 WP에 “그는 대통령과 매우 비슷한 시각을 갖고 대통령의 신념을 이행하고 있다. 대통령의 방식 그대로 누구든 공격하고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밀러 고문은 정통 관료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 및 정치인을 선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행정부 인사들은 관료주의에 물들어 있고 일처리 속도가 늦다는 이유다. 대통령의 뜻만큼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집행하지 않아 4월 경질된 키어스천 닐슨 전 국토안보장관 재직 시절에는 장관을 무시하고 국토안보부 관료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아 논란을 빚었다. 각 부처 공보 담당자의 설명이 흡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을 제치고 직접 마이크를 잡는 일도 잦다. 역시 대통령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아 2017년 5월 물러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사퇴 뒤에도 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토안보부 당국자는 “밀러 고문은 모든 것을 미시적으로 ‘깨알 관리’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이민 규제#스티븐 밀러#미국 백악관#선임고문#문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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