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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은 한번 쏘면 자기도 죽는 벌침 같은 것”…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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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은 한번 쏘면 자기도 죽는 벌침 같은 것”…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

구자홍 기자 입력 2019-08-18 08:07수정 2019-08-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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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우산 대가 요구 땐 자체 핵무장 여론 나올 것”

● 한반도는 공포의 균형 상태 … 사이좋게 지내야 안전해져
● 유엔 제재 핑계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에 소극적인 정부 아쉬워
● 美, 중거리미사일 배치하려거든 괌에 하라
[조영철 기자]
북한은 동해에 신형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동시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며 한반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맹국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이후 중거리미사일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배치할 뜻을 밝혀 동북아가 뜨거운 군비경쟁의 장으로 변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한동안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한반도에 또다시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동북아특위) 위원장을 만나 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해법을 들어봤다. 송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다녀왔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아 활동한 여권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잇달아 시험발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상쇄하려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무장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미동맹을 통해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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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북한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략자산 운용에 드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하는 등 핵우산 제공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태세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내부에서도 자체 핵개발 여론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자체 핵개발을 미국에 레버리지로 활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송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북과 우리의 균형이 깨졌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균형이 맞아간다고 본다”며 “현재는 상호확증파괴(MAD)에 따른 공포의 균형 상태로, 상대방 안보를 배려해야 내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포의 균형을 깨는 행위는 곧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보는 건가요.

“양면성이 있죠. 방어형이냐, 공격형이냐를 따지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지금은 (남북 간) 균형이 무너질 수가 없습니다. (공격하면) 바로 반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하는 것은 곧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도발하지 않으리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요.

“중국은 현재 우리의 제1 무역 파트너입니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지원할 이유가 하나도 없죠. 오히려 (중국에서는) 대한민국 중심의 한반도 통일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절대로 전쟁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이념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훨씬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전쟁을 지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 될 테니까요. 다만 북한이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자포자기할 수는 있겠죠. 그렇게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과거 북한은 전 국토를 요새화해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평양을 멋지게 건설하고 원산도 휴양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이 잘살려고 경제 집중 노선을 걸으려 하니 협상이 가능한 겁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없애고 경제발전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나요.

“핵 없는 북한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합니다. 일단 핵이 없어지면 인민대중을 동원했던 통합의 구심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때 (북한의) 국가안보를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 하는 과제가 있죠. 또한 미국은 북핵이 없어지면 무슨 구실로 미사일방어(MD)체계를 만들고 군산복합체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미국도 북한을 욕하면서 북한을 필요로 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북한에 대한 공포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많이 봤고요.”

외교적 노력으로 전쟁 예방해야

송영길 의원실 한쪽 벽면에는 글로벌 지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 모디 인도 총리,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 일본 외무상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조영철 기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미동맹이 미·일 동맹의 종속변수가 되지 않도록 독자적인 이니셔티브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남북관계를 뚫어내고, 중·러 관계를 레버리지로 써야 하죠. 그런데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관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그 점이 걱정입니다.”

송 위원장은 “관광과 인도적 지원 등 유엔 대북제재와 상관없는 사항은 우리 정부가 과감하게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개성공단 방문은 통일부 장관의 전속 권한인데도 그것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한미 워킹그룹에 안건으로 올렸다”며 아쉬워했다.

최근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 미사일의 경우 우리 요격시스템으로는 방어하기 어려워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요격으로 어떻게 다 해결할 수 있겠어요. 100% 안보를 추구하려는 순간 문제가 생깁니다. 끊임없는 군사비 지출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자동차 사고로 한 해 수십만 명이 죽지만, 자동차가 주는 편익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것처럼 안보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안보는 거짓말이고 군수산업만 배불리는 얘기입니다. 물론 적이 공격하면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그걸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외교를 통해 전쟁을 예방해야죠.”

방어체계 구축보다 외교적 해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로 들리네요.

“방어체계도 필요하지만 100% 방어는 불가능하다는 거죠. 균형을 통해 상대방의 안전을 보장해야 내 안전도 보장되는 법입니다. 예를 들어 이웃집 사람이 나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나를 해치려 한다면 그것을 막고자 담장을 설치하고 폐쇄회로(CC)TV를 달고 경비도 세우겠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안전해지는 방법일 수 있어요. 옆집 사람이 삶을 포기한 채 너 죽고 나 죽자 덤비면 그게 가장 위험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옆집 사람이 먹고살 수 있게 해주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해지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송 위원장은 “국민이 우리나라 안보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북핵은 딱 한 방 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자신도 죽게 된다는 점에서 꿀벌이 최후 수단으로 쏘는 침과 같다”고 비유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북한도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혀서는 곤란합니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 간 실무교섭이 시작될 텐데, 남북도 대화를 재개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국회 차원에서 남북경협특별위원회라도 먼저 열어야죠.”

여당 의원 35명이 8월 6일 선제적으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거죠. 미국이 한국, 일본, 필리핀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면 심각한 군비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요. 특히 한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면 한반도 안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적국으로 만들 수 있죠.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겁니다.”

미국이 밝힌 INF 파기 이유는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INF에 중거리미사일을 대폭 늘린 중국이 빠져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많습니다.

“(INF를 파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정, 보완해야 할 문제를 (협정) 파기로 끌고간 측면이 있어요. 러시아가 개발한 중거리미사일이 INF를 위반했는지 검증하고, 중국의 경우 별도 조약으로 보완하면 될 문제인데…. 미국이 (INF를) 파기하면서 핵무장으로 가게 될 우려가 커졌습니다.”

송 위원장은 “2021년까지 유효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마저 무력화되면 모든 통제장치가 사라지게 된다”며 “그 같은 극단적 상황을 막고자 쐐기를 미리 박는 차원에서 (여당 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 협상하는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어요. 만약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려거든 (미국령) 괌에 하라, 한반도에는 절대 안 된다는 우리의 의지를 밝혀두려는 겁니다. 미국이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으로 5조 원 넘는 돈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중거리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 한다면 그에 따른 (위험비용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우리가 받아야 할 겁니다.”

한미, 환경 따라 조정할 필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언행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친밀감을 표하면서 우리에게는 방위비 대폭 인상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 파병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맹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충분히 예견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우리하고만 불편해진 게 아닙니다. 멕시코와 캐나다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들, 그리고 나토(NATO) 소속 여러 유럽 국가와도 긴장관계에 있죠. 중국과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요. 이런 변화는 농업수출국이던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는 석유수출국이 되면서 정책 기조가 신(新)먼로주의와 비슷한 ‘미국 우선(America First)’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기존 국제질서가 완전히 흐트러졌어요. 그에 따라 (한미)동맹의 가치도 재평가할 필요가 생겼고요.”

송 위원장은 국제사회를 대하는 미국의 달라진 태도에 맞춰 한미동맹 역시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관계는 예전에는 90% 이상 컨센서스(공동의견)가 이뤄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컨센서스 수준이 60%가량으로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 같은 변화는 불가피한 겁니다. 컨센서스 폭이 작아졌다는 이유로 한미동맹 파탄으로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한미동맹을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렇죠. 한미동맹의 근간이 되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는 그대로 유지하되, 달라진 국제환경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 위원장은 “한미동맹을 파탄 내고 반미(反美)로 가자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익에 맞게 미국 정책을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6·25전쟁 당시 반공포로 석방 등을 통해 이오시프 스탈린 소비에트 연방 총리에 대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안이한 생각을 바꾸려 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하려던 부시 전 대통령을 대화로 이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험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0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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