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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먹고 2인분어치 계산하면 1인분은 어려운 이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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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먹고 2인분어치 계산하면 1인분은 어려운 이웃에…”

한우신 기자 입력 2019-07-24 18:16수정 2019-07-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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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용답도 주민자치회와 성동구가 실험중인 이색복지시스템 현장.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킹콩부대찌개 용답점.

저층 주택과 오래된 상점들이 섞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신축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성동구의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일반주택 밀집 지역에 ‘킹콩부대찌개 용답점(용답19길)’이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1+1 주민사랑 나눔 프로젝트’라고 적힌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식당은 손님이 1인분을 먹고 2인분어치를 계산하면 남은 1인분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나중에 먹을 수 있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식사 후 입간판 옆 에어컨에 부착된 쿠폰(1인분 8000원)을 떼서 계산대에 내면 된다. 기자가 식당을 찾았던 16일 기준 적립된 쿠폰은 59개로 금액으로는 47만2000원이다. 이 식당을 비롯해 용답동, 송정동에서 식당 미용실 슈퍼마켓 각각 2곳씩 총 6개 상점이 4월부터 1+1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프로젝트는 100여 년 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맡겨둔 커피’란 의미의 ‘서스펜디드 커피’ 캠페인과 비슷하다. 자신이 먹은 커피 값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하면서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이 나중에 먹을 수 있게 한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 지방 소도시 몇몇 상점이 ‘한국형 서스펜디드 커피’ 또는 ‘미리내(돈을 미리 낸다는 의미) 운동’에 나섰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방식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기부자는 누구일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부를 해야 한다. 금액이 소액이고 기부한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어서 소위 티가 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다. 정 구청장은 “송파구 세 모녀 사건에서처럼 법적 제도가 놓치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인 나눔 문화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용답동 주민자치회와 송정동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나서 지역 상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1+1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상점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수혜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혜택을 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국내 나눔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킹콩부대찌개 용답점 주인 이희원 씨(55)는 1+1 프로젝트 전도사를 자청했다. 그는 단골손님이 올 때마다 프로젝트 의미를 설명하며 기부를 권유한다. 한 손님은 “난 세금도 많이 내는데 그 세금으로 도와주면 된다. 왜 이런 게 필요하냐”며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이 씨의 거듭된 설득에 최근 5000원을 내놓았다. 1인분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하면 가게에서 1인분을 모아 쿠폰을 발행한다. 이 씨 자신도 이미 20인분을 기부했다. 그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다 보니 서로 돕고 사는 게 절실하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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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 형편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 쿠폰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씨는 “아직까지 악용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용이 저조해서 문제”라고 했다. 3개월여 동안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료로 식사한 사람은 34명이다. 주로 홀로 사는 할머니들이 많았다. 쿠폰을 쓸 때마다 ‘정말 이렇게 먹어도 되느냐’며 미안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두 번 이상 이용한 사람은 없다. 김학규 용답동 주민자치회장(69)은 “수혜자들이 편한 분위기에서 나눔 프로젝트를 이용하고 비슷한 처지의 이웃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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