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조기경보기, 독도 양옆 스치듯 한바퀴 돌아… 교전 이어질 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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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KADIZ-영공 침범]중-러 동해상 도발 ‘7시간 초긴장’

23일 오전 6시 40분 전후. 중국 폭격기 H-6

2대가 이어도 북서쪽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레이더에 포착됐다. H-6 편대는 우리 공군에 사전 통보 없이 오전 6시 44분 KADIZ에 무단 진입했다. 공군 군산기지에선 곧바로 KF-16 전투기 2대가 출격했다. 이때만 해도 상황은 그리 엄중하지 않았다. 중국은 2월 군용기를 무단 진입시키는 등 수시로 KADIZ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KADIZ에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한 사례는 140여 건에 달했다. 일상적인 작전 상황으로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 중-러 폭격기 ‘KADIZ’에서 첫 연합비행 도발

사태는 오전 8시 33분부터 심각해졌다. KADIZ에서 이탈한 중국 폭격기가 KADIZ 북쪽 외곽에서 러시아 폭격기(TU-95) 2대와 합류한 것. 오전 8시 44분 중-러 폭격기 4대는 울릉도 북쪽 140km 지점에서 KADIZ에 진입했다. 중-러 군용기가 KADIZ에 동반 진입해 사실상 연합훈련을 실시한 건 처음이었다.

중-러 군용기는 연합 편대 비행을 시작했다. 전례 없는 상황에 군 당국에 긴장감이 흘렀다. 군산, 대구 등 4개 공군기지에서 KF-16, F-15k 전투기가 무려 20대 가까이 2대씩 순차 출격했다. MCRC에선 중국어, 러시아어로 긴박하게 경고방송을 반복했다. “대한민국 영공에 접근하지 말라. 경고사격 할 수 있다”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중-러는 이를 무시했다. 편대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 상공을 거쳐 남하하더니 오전 9시 4분 빠져나갔다. 24분간 KADIZ 내를 휘젓고 다닌 것.

○ 러 조기경보기, 우리 영공 첫 침범

최악의 상황은 양국 군용기가 KADIZ를 빠져나가기 직전 발생했다. 오전 9시 1분 이번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가 KADIZ로 진입했다. KADIZ를 넘어선 것도 모자라 영공에 바짝 접근했다. 이러자 공군작전사령부가 중앙 통제를 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했다.

경고방송이 이어졌고, 공군 전투기 2대는 KADIZ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A-50 전방에서 지그재그로 비행하는 등 차단비행을 실시했다. 그러나 A-50은 오전 9시 9분부터 3분간 독도 동쪽 13km 영공까지 침입했다. 영공은 독도에서 12해리(약 22.2km) 상공까지인데 한참을 더 들어온 셈이다. 공군은 대공미사일 회피용 조명탄인 플레어 10여 발을 투하했다. 강력한 섬광을 내는 플레어로 시각적 압박을 주며 영공에서 나가라고 경고한 것. 이어 전투기 기총으로 80여 발을 경고사격하며 퇴거 작전에 나섰다. 영공에 타국 군용기가 침범한 일도, 플레어 투하와 경고사격을 한 것도 사상 처음이었다. 군 관계자는 “A-50을 엄호하겠다며 러시아 전투기 등이 투입돼 응사했을 경우 실전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강경 대응에 A-50은 오전 9시 15분 KADIZ를 이탈했다. 그러나 9시 28분 KADIZ로 재진입하더니 9시 33분부터 또 영공을 침범했다. 독도 서쪽 16km까지 접근했다. 재침범을 하자 공군 대응은 단호해졌다. 플레어 10여 발을 투하한 뒤 1차 침입 때보다 3배 이상 많은 기총 사격 280여 발을 실시했다. A-50은 9시 37분 영공에서 물러났다. 9시 56분엔 KADIZ를 빠져나갔다.

교전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겪고도 러시아는 이날 오후 한국군 대응 태세를 비웃듯 KADIZ에 재진입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오전에 중국 군용기와 연합비행을 하다 KADIZ를 빠져나간 러시아 폭격기 2대가 돌아온 것. 폭격기는 오후 1시 11분 KADIZ에 재진입한 뒤 연합비행 경로를 거슬러 올라 복귀했다. 오후 1시 38분에야 KADIZ를 벗어났다. 사상 최초의 중-러 군용기 KADIZ 내 연합비행과 영공 침입 상황이 무려 7시간가량 이어진 셈.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합동참모본부와 공군 등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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