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쏟아지던 ‘차이나 머니’가 마르고 있다…2년새 9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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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2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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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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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부동산과 기업 등에 쏟아져 들어왔던 ‘차이나 머니’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전했다.

중국 하이항(海航)그룹은 올해 초 미국 뉴욕 맨해튼 3번가 21층 빌딩을 4100만 달러(약 518억 원)의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 타워와 가까워 국가 안보 우려가 있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따른 매각이었다. 성(姓)소수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앱 ‘그라인더(Grindr)’를 소유한 중국 모바일 게임회사 쿤룬테크(昆侖萬維)도 올해 5월 미 당국으로부터 매각 압력을 받았다.

경제 분석회사인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FDI)는 2016년 465억 달러에서 2018년 54억 달러로 88.8% 감소했다. 부동산회사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들은 23억 달러 규모의 미 상업용 부동산 37건을 사들인 반면 31억 달러어치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인의 미국 주거용 부동산 구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줄었다. NYT는 “미국 당국의 중국 투자 심사 강화, 중국 투자를 덜 환대하는 분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와 외화 지출 제한 강화 등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돼도 차이나 머니가 미국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자본 등 외국인에 대한 투자 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싱가포르 회사 브로드컴의 미국 반도체회사인 퀄컴 인수를 금지했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사인 앤트 파이낸셜이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는 것도 막았다.

NYT는 재무부가 골드만삭스가 중국투자공사(CIC)와 2017년 미국 제조업과 헬스케어 기업 투자를 위해 설립한 펀드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책임자는 NYT와 인터뷰에서 “외국인 직접투자 급감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악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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