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국 부추기는 日 언론·정관계 인사들의 내정간섭 망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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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 상식 이하의 한국 비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우파 방송인 후지TV의 해설위원 히라이 후미오는 17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채널에 “(한국은) 일본에 내놓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문재인을 자르는 것 정도일까”라는 내용의 영상과 글을 올렸다. 한일관계를 구하려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고, 한국은 탄핵이 가능한 나라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익명의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한 (규제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상대국 대통령의 탄핵을 공공연히 부추기고, 마치 한일관계 해법이 정권교체뿐인 양 거론하는 것은 외교적 무례를 떠나 내정간섭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그런 망언들은 한일관계 파국을 막기 위해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며 일제 강제 침탈의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 국민의 상처를 덧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한일관계는 민간 차원의 활발한 교류와 양식 있는 지식인들의 노력으로 어렵게 진전을 이루다가도 일본 내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망언으로 인해 퇴행을 거듭하는 아픔을 겪어왔다. 일본 내 극우세력이 선거나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행하는 망언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갈등과 분쟁이 생겨도 상대방 정권의 퇴진을 운운하는 것은 주권을 모독하는 것이다. 일본 사회, 특히 언론이 이런 망언을 엄정히 걸러내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국격을 떨어뜨릴 것이며, 한국 내에서도 반일감정을 고조시키고 차분한 해법보다 대일 강경론이 득세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아무리 양국관계가 악화되어도 언론과 지식인 사회는 냉철하고 차분한 자세를 견지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소임을 지켜야 한다.
#일본 수출 규제#일본 언론#내정간섭 망언#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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