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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안에게 자유를 허(許)하라 [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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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안에게 자유를 허(許)하라 [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부장급·정치학박사 수료) 입력 2019-07-20 14:00수정 2019-07-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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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발생했던 자유조선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습격 사건 자체는 일단락 됐지만 사건에 대한 처리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건 연루자와 관련한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입니다. 습격사건을 진두지휘한 에이드리언 홍은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고 잠적한 상태고, 4월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7월 16일 LA 법원은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130만 달러(약 15억 3000만원)를 내는 조건으로 주거는 자택으로 한정했습니다. 사실상 가택 연급인 셈인데, 소재지 추적을 위해 전자발찌를 차야하며 교회나 병원에 가는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합니다. ‘에이드리언 홍과 연락하지 말 것’이라는 항목도 포함됐습니다.

관련기사 : [단독] ‘스페인 북 대사관 습격’ 크리스토퍼 안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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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에 진입하는 크리스토퍼 안. 사진출처 CNN
보석허가 결정은 한줄기 빛을 던졌습니다. 미국 보스턴 터프스대 이성윤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리스토퍼 안 일행이 대사관에 침입해 엄청난 폭력행위를 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보석허가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스페인 당국이 요구한 범죄인 인도(extradition) 재판은 내년 중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크리스토퍼 안의 변호인들도 ‘진짜 게임’은 내년에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으로 넘겨져 처벌을 받게 될지 여부입니다. 결론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나온 미국 법원의 태도를 통해 크리스토퍼 안의 운명을 예측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페인 당국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근거는 크리스토퍼 안 일행이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외교관을 구타하고 주요 정보를 빼낸 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겼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크리스토퍼 안 씨 측은 대사관 진입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초청을 받아 ‘평화적’으로 들어간 것이고 폭력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석허가를 내준 것은 물론 내년 범죄인 인도재판을 맡은 재판장의 태도는 일단 크리스토퍼 안에게 호의적입니다.

재판장인 진 로젠블루스는 재판도중 “스페인 당국은 크리스토퍼 안 일행이 북한 외교관과 직원들을 구타하고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각종 서류 등을 훔쳐 나왔다고 했지만 그들이 대사관 사람들을 내부에서 구타하고 부상을 입혔다는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크리스토퍼에 대해 많은 기록을 읽었고 올바른 일을 할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개인적인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대사관 건물 앞에 내부직원이 나와 있다. 에이드리언 홍과 크리스토퍼 안 등 자유조선회원들은 지난 2월 이곳을 습격했다. 사진출처 AP
크리스토퍼 안의 변호인들이 주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논리는 안 씨가 대사관에 침입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폭력행위는 북한 당국자의 주장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한 가지의 주요논리는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에 송환될 경우 생명의 위협이 커질 것이라는 호소입니다. 스페인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 북한의 암살요원이 손쉽게 입국할 수 있고 공작을 벌이기에도 용이하다는 주장입니다.

로젠블루스 재판장도 “북한이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FBI가 확인해 줬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토퍼 안이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왼쪽)과 찍은 사진. 사진출처 자유조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지 분위기는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범죄인인도 결정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현지에서 취재하고 있는 채널A 황규락 특파원도 현재 상황이 크리스토퍼 안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변호는 임나은 변호사가 맡고 있습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험난한 재판과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으로 인도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이지만 미국 정부는 언제든 이 일(스페인의 인도요구)을 멈추게 할 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이드리언 홍과 크리스토퍼 안이 사상 초유의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을 벌인 이유는 너무도 명백합니다. 최악의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실체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을 통한 학정(虐政)이 자행되고 있는 평양이 쓰고 있는 위선의 가면을 벗기겠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안을 스페인으로 보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변호인들의 주장처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반인도적인 움직임을 막을 충분한 힘이 있습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부장급·정치학박사 수료)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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