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달착륙 사실상 성공… 더 싸고 빠른 우주탐사 희망을 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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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간 우주포럼 참석한 ‘스페이스IL’ 공동창업자 와인트라우브

요나탄 와인트라우브 이스라엘 스페이스IL 공동창업자는 “작은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민간이 주도해 달착륙을 시도한 사실은 이 시대가 가능성이 풍부한 시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페이스포럼/AZA 제공
요나탄 와인트라우브 이스라엘 스페이스IL 공동창업자는 “작은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민간이 주도해 달착륙을 시도한 사실은 이 시대가 가능성이 풍부한 시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페이스포럼/AZA 제공
2010년 어느 날. 20대 엔지니어 3명이 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 환호성을 질렀다. 구글이 달에 보낼 착륙선을 개발하는 대회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기인으로 소문난 세 사람은 ‘우리만의 우주선을 만들자’며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식으로 구글에 개발대회 참가 신청서를 내고 달 착륙선 개발에 돌입했다. 9년 뒤인 올해 2월, 실제로 이들이 개발한 착륙선 ‘베레시트’는 미국에서 발사됐고, 4월 11일 달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경착륙을 하는 바람에 착륙선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달에 책과 사진, 성경을 저장한 칩인 ‘타임캡슐’을 전달한다는 목표는 달성했다. 이스라엘의 비영리 민간기업 ‘스페이스IL’의 이야기다.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18일 만났다. 18∼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민간우주산업 포럼인 ‘코리아스페이스포럼2019’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요나탄 와인트라우브 스페이스IL 공동창업자는 “일각에서는 베레시트가 경착륙했으니 실패라고 하지만, 스페이스IL은 큰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강대국만 한다고 알려져 있던 달 탐사를 작은 국가인 이스라엘이, 그것도 민간기업이 주도해 성공으로 이끌었으니 이것이 성공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

와인트라우브 창업자는 고교생 때부터 초소형 위성인 큐브샛을 개발한 ‘우주 키즈’였다. 자연스럽게 우주항공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과 일하면서 위성 제작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전공을 바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암 조기 진단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스페이스IL은 실력 좋은 엔지니어들에게 맡기고 꼭 필요한 분야의 의사결정에만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9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달에 우주선을 보내고 착륙까지 시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이었다. 그는 기존의 달 탐사선을 소형 승용차 크기로 줄여 발사 효율을 높이고, 맞춤형 부품이 아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범용 부품을 활용했다. “정부 주도로 개발된 기존 달 착륙선보다 훨씬 적은 1억 달러(약 1100억 원)로 개발을 마쳤다”고 했다. 3차원(3D) 프린팅을 적극 이용하고, 다른 위성과 발사체(로켓)를 공동으로 사용한 것도 예산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됐다.

베레시트는 마지막 착륙 순간에 엔진이 꺼지고 통신이 두절돼 속도 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달의 북동쪽 평원에 경착륙했다. 이 아찔한 순간에 대해 그는 “총 15분의 착륙 절차 가운데 10여 분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착륙을 13km 남긴 시점에서 회전 방향을 측정해 자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센서 하나가 오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대로 남은 하나의 센서로 착륙을 하느냐, 재부팅을 시도하느냐의 기로에 섰고, 스페이스IL은 재부팅을 택했다. 하지만 그 직후 통신이 두절되고 엔진이 꺼지며 베레시트는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와인트라우브 창업자는 “엔지니어로서 결정을 해야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며 “미래 세대가 베레시트의 충돌 지역에 가서 센서를 찾아 어떤 이상이 있었는지 밝혀 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650만 km의 여정에 성공하고 13km가 실패한 것일 뿐”이라며 “과거 정부 주도 달 착륙보다 예산을 크게 줄이는 등 분명한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달에 관심도 없던 이스라엘 국민이 자신들 때문에 달 착륙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답게 발사부터 달 착륙의 과정을 국민에게 시시각각 전달하며 국민적 이벤트로 만들었다. 중요한 국면마다 베레시트로 하여금 ‘셀카’를 찍게 해 사진을 전파했고, 3000만 페이지 분량의 위키백과와 책, 사진으로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지구 궤도에서 달 궤도로 향하기 직전에는 자체 카메라로 이스라엘을 촬영하며 새벽 4시를 맞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달라고 하는 행사도 벌였다.

그는 “9년 전 젊은이 3명이 바에 앉아 한 결심이 달로 가는 진짜 착륙선으로 현실화됐다”며 “미래를 꿈꾸면 기술은 그에 맞춰 따라온다”고 했다. “미래는 달을 방문하는 비용이 더 줄어들 것인 만큼 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 암 정복 등 지금의 난제가 풀릴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도전으로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이런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스페이스il#민간 달착륙#우주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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