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도 와이파이도 없다… 커피 향만 그윽할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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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인테리어 스타일, 고객 마음 어떻게 훔쳤나

5일 새롭게 문을 연 블루보틀 삼청점 3층. 통창 너머로 인왕산이 보이고, 바닥재는 나무 위에 적갈색 에폭시를 더해 위스키 바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블루보틀코리아·신경섭 씨 제공
5일 새롭게 문을 연 블루보틀 삼청점 3층. 통창 너머로 인왕산이 보이고, 바닥재는 나무 위에 적갈색 에폭시를 더해 위스키 바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블루보틀코리아·신경섭 씨 제공
“전기 콘센트도, 와이파이도 없네….”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 진출한 카페 ‘블루보틀’이 5월 서울 성동구에 1호점을 열자 나온 말이다. 기존 카페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신조어가 보여주듯, 많은 이들에게 카페는 공부하거나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를 처리하고 식사 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복합 공간이다.

이와 달리 블루보틀의 공간은 오로지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경험이 중심이다. 최상급 커피를 신선하게 전달한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특히 블루보틀 일본 지점의 설계를 모두 맡았던 건축가 나가사카 조(스케마타 아키텍트)가 한국에서도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됐다. 나가사카의 공간 디자인은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

블루보틀의 국내 첫 매장인 성수점. 블루보틀코리아·Takumi Ota 제공
블루보틀의 국내 첫 매장인 성수점. 블루보틀코리아·Takumi Ota 제공
○ 동등한 관계와 개방성

블루보틀 성수점과 2015년 2월 일본 도쿄에 처음 문을 연 블루보틀 ‘기요스미-시라카와점’을 보면 공간의 기본 공식을 알 수 있다. 나가사카가 밝힌 원칙은 ‘구성원의 동등한 관계’와 ‘개방성’이다. 그는 “최상의 커피 맛을 달성함과 동시에 공정무역으로 균형 잡힌 생산 과정을 만들고, 바리스타와 고객이 긍정적 유대를 맺도록 하는 취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기요스미-시라카와점은 오래된 물류 창고를 개조해 로스터리, 카페, 사무 공간, 바리스타 트레이닝룸을 한곳에 넣었다. 개방성을 위해 통창으로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렸다. 로스팅 기계는 1층의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일부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2층 사무공간과 바리스타 트레이닝룸도 엿보이게 했다.

동등한 관계 원칙은 장애물 없이 훤히 보이는 커피 제조 공간에서 드러난다. 바리스타와 고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에 단차를 둬서 눈높이를 맞추거나, 카페의 한가운데에 제조 공간을 두기도 한다. 성수점도 마찬가지로 로스터리, 사무 공간, 트레이닝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성수 로스터리에서 가공한 커피가 국내 블루보틀 카페의 음료나 원두 상품으로 공급된다.

○ 오직 커피, 미니멀리즘과 조화

국립현대미술관을 향하고 있는 블루보틀 삼청점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을 향하고 있는 블루보틀 삼청점 전경.
블루보틀의 기본 공식을 담은 기요스미-시라카와점 이후 다른 지역에 들어선 지점들도 모두 스케마타 아키텍트가 건축을 맡았다. 스케마타 아키텍트의 건축에서는 공간 자체의 정체성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미니멀리즘과 주변 공간의 특징을 담아내는 조화가 돋보인다.

5일 문을 연 삼청점도 내부 공간을 비움의 미학으로 구성한 동시에 주변의 미술관, 인왕산, 한옥과 조화를 꾀했다. 우선 카페의 전체적인 톤을 회색과 나무 색으로 맞췄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많은 도시의 기본색은 회색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선택이다. 또 1층은 카페를 마주 보는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2층은 한옥의 기와지붕이 보이는 방향으로, 3층은 인왕산이 보이도록 통창을 각각 냈다. 간단히 커피를 마시는 고객을 위해 2층에는 코르크 소재의 간이 소파와 테이블을, 오래 머무는 고객을 위해 3층에는 등받이 의자를 배치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를 벗어난 교토점과 고베점에서 지역 특색이 더욱 두드러진다. 교토점은 일본의 점포 겸용 전통 목조 주택인 ‘마치야’를 리모델링했다. 기존의 50cm 높이 바닥을 제거해 외부의 자갈 정원과 높이를 맞췄고 바닥 마감도 자갈과 비슷한 소재를 활용했다. 그러면서 100년 된 건물의 골조를 훤히 드러내 고즈넉한 분위기를 살렸다. 고베점은 1868년 서구에 문을 연 개항도시라는 특색을 강조했다. 기존의 시멘트와 나무 조합을 과감히 버리고, 흰색과 황동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일본 문화에 맞게 정착한 블루보틀 스타일이 국내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미니멀리즘한 공간이 사람에 따라 불편함으로 인식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좌석을 적게 배치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블루보틀코리아 측은 커뮤니티 성격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현주 블루보틀코리아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매니저는 “삼청점 오픈 전 주민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주변 소규모 공방과 상점을 표기한 지도를 만들었다”며 “지역 주민이 편하게 찾아 커피를 마시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정체성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블루보틀#카페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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