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유출’ 제기했다 말 흐려… 수출규제 설명 계속 달라지는 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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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4일 자민당 간사장 北관련설 언급
7일 아베도 제재위반 의혹 제기… 16일 경산상 “그런 것 말한 적 없다”
‘부적절 사안’ 내용도 안 밝혀
‘정치문제로 경제보복’ 비판 나오자 日정부 인사들 징용문제 거론 안해


일본 정부가 1일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지속적으로 말을 바꾸거나 새로운 설명을 추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당시 수출 규제 조치 배경으로 △한국과의 신뢰 관계 손상 △수출 관리에 대한 부적절한 사안 발생 △징용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 미제시 등 3가지를 밝혔다. 이 가운데 ‘부적절한 사안’과 ‘징용’ 문제를 두고 발언자를 교체해 가며 말을 바꾸고 있다.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4일 BS후지방송에 출연해 “(반도체 소재가) 한국을 거쳐 북한에서 화학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북한 관련설을 처음 제기했다.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한국은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고 있다고 말하지만 무역 관리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해 이런 의혹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16일 각의(국무회의) 후 ‘한국 측의 부적절한 사안이 북한 등 제3국으로의 부정 수출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산상은 “지금까지 그런 설명을 전혀 해오지도 않았고, 한 번도 그런 걸 말씀드린 적도 없다”고 답했다. 세코 경산상의 언급은 아베 총리 등의 이전 발언을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제3국으로의 구체적인 수출 안건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을 끝내려는 의도로 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끝내 정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NHK방송은 9일 “부적절한 사안이 일부 취재됐다”며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수입업체가)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에 납품 재촉을 하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보도했다. 1995년 발생한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테러에 사용된 사린가스를 거론하며 공포감을 확산시킨 것이다.

‘징용 문제’ 언급도 오락가락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일 “징용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징용 문제로 보복을 하면서 대항 조치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치 문제로 경제 보복을 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일본 정부 인사들은 더 이상 징용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말을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대응 기류는 점점 강경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본) 기업이 나오면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외교적으로 이번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면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전까지의 서너 달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최지선 기자
#일본 경제보복#반도체 수출 규제#일제 강제징용 배상#대북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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