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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韓美동맹 흔드는 日 경제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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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韓美동맹 흔드는 日 경제보복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19-07-15 03:00수정 2019-07-1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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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를 內治로 말아먹은 대통령들… 文정권, 反日을 통치도구로 삼아
日움직일 힘 있는 美도 “양국 해결”… ‘韓美보다 美日동맹 선택’ 신호인가
한미동맹 무력화 序曲 되지 않도록
박제균 논설주간
최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다. “얼마 전 거래처 중 하나인 일본 기업으로부터 주문이 갑자기 끊겼다.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았지만, 뭔가 느낌으로 와닿는 게 있었다. 일본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게 아베 정권 차원의 경제 보복보다 훨씬 두렵다.”

그렇다. 한국말로 사회 분위기를 뜻하는 일본의 ‘공기(空氣)’가 달라졌다. 일본의 보복이 일회성이 아니며 경제 말고도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 특히 언제든 친구에서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이웃 국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일본은 과거 잘못이 많기 때문에 좀 함부로 해도 된다고 보고, 노골적으로 반일(反日)을 통치의 한 도구로 삼아온 문재인 정권이 외교적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물론 이 정권 탓만도 아니다. 외교를 모르거나, 외교를 내치 수단으로 말아먹은 전임, 전전임 대통령 책임도 크다. 한일관계가 틀어지는 결정적 원인 제공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2012년 8월 임기 말 레임덕과 내곡동 사저 문제로 궁지에 몰린 MB는 어처구니없게도 독도 방문과 ‘일왕(천황) 사죄’ 카드를 빼들었다. 특히 ‘일왕도 진심으로 사과할 게 아니라면 한국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은 일본 사회 저류(底流)의 금기를 헤집은, 최악의 외교 패착이었다.

후임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널뛰기 외교를 했다. 임기 전반 친중(親中) 외교로 미국 조야(朝野)에 한미동맹 회의론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2015년 9월 중국 국가주석,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섰다. 미국의 대(對)아시아 동맹 중심축이 한미동맹에서 미일동맹으로 이동하도록 만든 건 박근혜 외교의 가장 큰 실패다. 그러더니 3개월 뒤에는 일본과 관계 복원을 한다며 졸속으로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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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가 간 합의는 존중돼야 했다. 문제가 있다면 물밑에서 외교적 해결을 모색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를 사실상 깔아뭉갰다. 국가 간 합의마저 무시하는 한국은 ‘경기 중에 골대를 옮기는 나라’라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기름을 뿌렸고, 결국 강제징용 판결이 불을 지른 것이다. 일본 ‘공기’가 이처럼 변한 데는 한국에 과거와 같은 경제적 우월감을 느끼지 못하는 탓도 크다. 삶이 팍팍해진 일본인들 사이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사과하란 말이냐’는 불만이 턱까지 차오른 듯하다.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베 정권은 내부적으로 명분을 응축하면서 결정적 시기를 골라 터뜨렸다. 당분간 회군(回軍)할 생각이 없다. 관건은 미국이다. 미국은 작심하면 일본 조치를 되돌릴 힘이 있다. 그게 미일(美日)관계다. 한데, 미국도 현재로선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세계 1위 한국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입으면 미국 반도체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미국이 장삿속으로만 움직이는 나라는 아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이 부랴부랴 워싱턴을 찾아가 SOS를 쳐도 ‘한일 양국이 해결할 문제’라며 미적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미, 미일동맹에 기반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의 핵심이었다. 그동안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저해하는 한일 갈등에 알레르기를 보이고, 물밑 중재 역할을 해온 이유다. 그랬던 미국이 이번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한미일 삼각 협력을 이루는 두 축인 한미, 미일동맹에서 확실하게 후자를 선택했다는 신호는 아닐까. 아니면 필요할 때만 한미동맹을 내세우는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미국의 진의야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풀고, 받는 동맹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랜 세월 미국이 제공하는 든든한 안보라는 동맹의 권리는 누리면서 동맹의 의무는 망각했던 것은 아닌가. 미중(美中) 사이의 줄타기 외교는 사실상 동맹에 대한 배신행위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미동맹 무력화의 서곡(序曲)이 되지 않으려면 동맹의 의무란 무엇인가, 곱씹어봐야 할 때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됐든, 뭐가 됐든 피로 맺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미국에 확신시켜야 할 때가 왔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일본 경제보복#한미동맹#아베 정권#미일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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