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8시 27분. 부산시 수영구 주택가의 한 오르막길. 이곳에 주차돼 있던 승합차 소유자 A 씨(59)가 차량 앞바퀴 뒤쪽에 받쳐둔 받침대를 뺐다. 그러자 차량이 뒤로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란 A 씨는 차량 운전석 쪽 문을 붙잡고 세워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뒷걸음질치던 A 씨는 넘어지면서 오른발이 바퀴 아래에 깔렸다.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마을버스 기사 정종철 씨(70)는 넘어져 있는 A 씨를 보고 버스를 급히 세웠다. 마을버스에 타고 있던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 5명은 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가방을 바닥에 던지고 A 씨가 깔려 있는 승합차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밀려 내려가는 차량을 막아서면서 구조를 요청했다. 5명 중 4명은 차량 뒤 범퍼를 밀고, 1명은 119에 신고했다. 이런 모습은 현장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담겼다.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들이 차량을 뒤에서 밀며 A 씨를 구조하려는 모습을 본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고생들은 차량을 밀면서 주변에 “도와주세요”라고 크게 외쳤다고 한다. 마을버스 기사 정 씨를 포함해 성인 남성 10여 명이 승합차 앞바퀴를 들어 올려 A 씨를 구해냈다.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A 씨는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로부터 응급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10일 여고생 5명과 마을버스 기사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연제서 관계자는 “차에 깔린 A 씨를 구조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5명의 ‘여고생 어벤져스’와 기사님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여고생 어벤져스’ 중 한 명인 정해림 양(18)은 “차에 깔린 분을 보자마자 구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어 뛰어내렸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알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 양은 “다른 분들도 저희를 보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모른 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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