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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폐쇄공간… 시끄러운 도서관… “참 난감한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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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폐쇄공간… 시끄러운 도서관… “참 난감한 건축가”

김민 기자 입력 2019-06-27 03:00수정 2019-06-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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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축지서 ‘차세대 건축가’ 꼽힌 조진만 씨 작품세계
다음 달 공개되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 전망대 투시도. 당초 왼쪽에 보이는 공간에만 전망대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폐쇄된 낙산배수지 위로 보행 덱을 연결해 새로운 공간이 열리게 됐다. 조진만 건축사무소 제공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는 시민 접근이 제한된 옛 채석장이 있다. 조선총독부, 경성역(서울역) 건물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석조건물을 지을 때 석재를 조달하던 곳이다. 다음 달이면 이곳에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열린다. 초기 언덕 일부만 활용하기로 했던 전망대는 옆 낙산배수지까지 보행 덱(deck)으로 넓게 확장됐다. ‘뒤통수치는 건축’, ‘당황시키는 건축’을 표방하는 젊은 건축가 조진만(43·사진)의 작품이다.

그는 최근 1981년 미국에서 창간한 세계적 건축전문지 ‘아키텍추럴 레코드’로부터 ‘차세대 세계 건축을 선도할 건축가(디자인 뱅가드 어워드)’로 선정했다. ‘디자인 뱅가드 어워드’는 건축 실무 경력 10년 미만의 혁신적 작업을 선보인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조진만은 설계상 제약과 부지의 악조건을 창의적으로 극복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창신동 전망대도 전례 없는 확장으로 폐쇄된 공간을 열어낸 해법이 돋보인다. 2017년 서울시 설계공모로 이곳을 맡게 된 조 씨는 “현장에 가보니 기존 부지보다 낙산배수지에서 보이는 풍경이 훨씬 훌륭해 활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낙산배수지가 보안시설이라는 점이었다. 관련법을 검토해 제한 접근 거리를 모두 지킨 가운데, 배수지 위를 지나는 입체 구조물인 보행 덱을 제안했다. 관리 기관은 난색을 표했지만 입체 구조물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법도, 허용하는 법도 없었다. 결국 창신동 전망대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놀이터가 한눈에 보이는 서울 은평구 내숲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위쪽 사진)과 버려진 공간이었던 고가도로 아래를 활용한 서울 성동구 ‘고가하부 다락’. 신경섭 사진가 제공
조진만 건축의 또 다른 키워드는 충돌과 만남이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은평구 내숲도서관은 출입구가 무려 6개나 된다. 기존 도서관이 로비를 중심에 두고 열람실을 여러 개 배치하는 중앙 집중적 구조라면, 내숲도서관은 위계와 권위를 파괴하고 ‘시끄러운 도서관’을 표방한다. 가파른 부지에 들어선 도서관은 뒷산, 놀이터, 골목길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를 그는 “공간의 위계가 흩어져 보기에는 무질서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정해진 용도가 없으니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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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바로 옆에 위치한 어린이 열람실이 백미다. 기존 도서관이라면 ‘책은 조용히 읽어야 한다’며 엄숙한 공간을 조성했겠지만, 이곳 열람실은 통창으로 놀이터가 훤히 보인다. 그는 “공간이 사람들의 행동을 강요하고 규정짓는 부분이 있다. 과거의 공공건축이 관리와 통제에 집중했다면, 나는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유와 개별성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완공한 서울 성동구의 ‘고가하부 다락’도 숨겨진 공간을 끄집어낸다. 상부 도로 활용법만 생각했던 고가도로의 하부에 5000개 거울을 설치했다. 그 아래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이곳도 처음에는 카페를 넣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과감히 비웠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이 알아서 찾아와 워크숍, 장터, 야외 공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근대 건축은 공간의 용도 중 90∼100%를 먼저 채워놓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공간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그래서 ‘난감한 건축가’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이 제 건축을 좋아해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건축이 늘 엄숙하고 조용하기보다 때로는 시끌벅적해도 좋지 않을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차세대 건축가#조진만#창신동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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