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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교도소 [횡설수설/이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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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교도소 [횡설수설/이진구]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06-27 03:00수정 2019-06-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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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오렌부르크주에 있는 ‘블랙 돌핀’ 교도소는 죽어서도 나올 수 없는 곳이다. 연쇄 살인범 등 종신형을 받은 흉악범이 수감되는데 죽은 뒤에는 교도소 내 공동묘지에 묻힌다. 음식은 빵과 수프가 전부고, 이동할 때도 90도로 허리를 굽혀 걷게 해 평생 하늘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중국 헤이룽장성의 한 교도소에선 수년 전 사기 혐의로 수감된 한국인 사업가가 1년 만에 사망했는데 사인은 영양실조였다.

▷21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파나마 공항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 씨가 22일 국내로 압송됐다. 스페인어를 써가며 한국인임을 부인하던 정 씨가 마음을 바꾼 것은 “파나마는 교도소 관리가 불안하다”는 우리 대사관 직원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위조여권으로 입국할 경우 해당국 법으로 처벌되기 때문이다.

▷파나마를 비롯한 중남미 교도소는 재소자들이 목숨을 걸고 수형생활을 한다. 파나마 교도소에서는 분기당 30여 명이 살인 에이즈 등으로 사망한다. 브라질 카란디루 교도소에서는 40여 년간 1500여 명이 살해됐는데 마약과 총, 수류탄까지 자유롭게 유입되고 동성 강간으로 에이즈도 만연해 있다. 워낙 악명이 높아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3의 무대가 된 파나마 교도소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온두라스 코마야과 교도소에서는 2012년 재소자의 방화로 358명이 사망했다.

▷국내 교도소·구치소는 중남미 교도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활 여건이다.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교도관이 24시간 순찰을 돌며 재소자 간의 폭행을 막는다. 새로 지은 수용시설에는 각 층마다 샤워실이 있다. 아프다고만 하면 언제든 의무실에 갈 수 있고 당뇨병 같은 지병이 있는 수용자에게는 교도관이 매일 시간 맞춰 약을 챙겨준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수백 통의 진정서를 보내고, 구치소를 상대로 엄청난 양의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재소자도 많다. 수감시설 주변에는 무료한 재소자들을 위해 만화책을 빌려주는 책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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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수들이 수용되는 구치소는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에 노역도 없고, 하루 종일 TV나 책만 보고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재소자들은 교도소보다 구치소 생활을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 툭하면 불러내는 검찰, 늘어지기 일쑤인 공판 일정 등으로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기 때문이란다. 정 씨가 정말 파나마 교도소가 두려워 한국행을 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 잡힐지 모르는 21년간의 도피가 마음이 편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더 고통스러운 감옥 밖 생활을 이제는 끝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파나마 교도소#블랙 돌핀 교도소#구치소#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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