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태수, 2010년부터 4남과 에콰도르 머물다 숨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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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된 유해 DNA감식 어려워… 현지 화장시설 방문해 확인 추진
아들 사업체 파악해 재산 추징 방침


2007년 5월 해외로 출국한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2010년 7월부터 9년 가까이 에콰도르에서 4남인 정한근 전 부회장(54)과 함께 머물렀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10년 7월 에콰도르에 입국해 수도 키토에서 남동쪽으로 250km가량 떨어진 과야킬에 거주했다. 평소 신부전증을 앓던 정 전 회장은 간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에콰도르인 도우미, 아들인 정 전 부회장과 함께 생활했다.

정 전 부회장은 부인과 자녀 등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이동하려다가 18일 경유지인 파나마에서 체포돼 한국으로 압송됐다. 정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따뜻한 곳을 원해 적도에 가까운 도시를 고르다 보니 과야킬을 택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정 전 부회장은 또 “지난해 12월 1일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돼 집 인근 병원으로 모시고 갔지만 더 이상 연명이 어려운 상태였다”며 흐느꼈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항공편 수화물에서 아버지인 정 전 회장의 유골함과 사망증명서, 위조여권 등을 압수했다. 당시 정 전 부회장은 과야킬의 주택을 처분하는 등 에콰도르 생활을 정리한 뒤 모든 짐을 챙겨 출국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에콰도르 당국에 사망증명서 발급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화장된 유해는 DNA 감식이 불가능한 만큼 현지 화장시설을 방문해 정 전 회장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의 진술 내용이나 태도, 제출한 자료에 비춰 보면 정 전 회장의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해외로 도피한 정 전 부회장은 또 “아버지가 해외로 나온 직후부터 아버지를 모셨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정 전 회장은 2007년 5월 치료 목적으로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속여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출국했다. 카자흐스탄에 정착한 정 전 회장은 2008년 4월 키르기스스탄으로 옮겨 2010년 7월까지 머물렀다. 이곳에 있을 땐 한국인 간호도우미가 정 전 회장을 돌봤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의 사진이 부착된 키르기스스탄 여권을 위조해 에콰도르로 넘어갔다.

2010∼2011년 캐나다와 미국의 영주권 및 시민권을 순차적으로 획득한 정 전 부회장은 가족이 있는 캐나다와 에콰도르, 미국 등을 오가며 부친을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현지에서 유전 사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 사업체의 규모 등을 파악해 은닉 재산을 추징할 방침이다.

김동혁 hack@donga.com·황형준 기자
#정태수#에콰도르#한보그룹#정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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