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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어깨 짓누르는 ‘산더미 수행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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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어깨 짓누르는 ‘산더미 수행평가

김수연 기자 , 강동웅 기자 입력 2019-06-26 03:00수정 2019-06-2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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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마다 연극대본-뮤비 만들기… 한 학기에 과제 20개 넘는데
대부분 기말고사와 맞물려 ‘허덕’… 취지 벗어나 학생 부담만 키워
“수행평가가 애들을 잡네요. 어깨 통증이 심하다는 딸을 병원에 데려갔더니 유독 수행평가 시즌에 병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네요.”(중2 학부모 A 씨)

최근 중고교의 수행평가가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중고교의 과목별 수행평가 및 서술형 시험의 비중은 약 45% 수준이다. 이른바 ‘과정 중심 평가’를 위한 조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과제의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49)는 “과목마다 연극, 드라마 대본 쓰기, 뮤직비디오 만들기 등 감당하기 힘든 숙제를 내다 보니 아이가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 날이 허다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조모임 보고서에 ‘제일 태도가 안 좋은 친구’를 적고 그 이유를 쓰라는 칸이 있었다”며 “협업능력을 키우기보다 서로 싸우게 만드는 비교육적 방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더 심각하다. 현재 중3인 김모 양(15)은 “한 학기에 수행평가 과제만 20개가 넘는데, 대부분 기말고사 시즌과 맞물려 있다”며 “과목별 선생님이 다르다 보니 일정 조율을 할 수 없어 ‘수행지옥’에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고교생들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행평가 중에는 △유명 클래식 20곡의 원어 제목을 외워 테스트 받기 △학습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 △소설 창작하기 등이 있다.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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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중심 평가는 단순 지식평가가 아닌 학업의 성취도와 참여를 바탕으로 학생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간·기말고사의 객관식 평가보다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수행평가와 서술형 테스트를 통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게 목표다. 과정 중심 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내년부터 과정 중심 평가 비율을 5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사들조차 과도한 수행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13일 경력 20년 차의 한 고교 교사는 수행평가를 축소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과다한 수행평가 준비로 학생들이 거의 반(半)혼수 상태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배운 내용을 차분히 학습할 시간이 매우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 청원에는 25일 현재 7만25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과정 중심 평가의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교육 현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행평가는 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성취도를 높여주는 게 본래 목적인데, 상급학교의 진학 자료인 학생부에 기록되면서 ‘평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중앙대 교육학과 강태중 교수는 “학생들이 학업 성취보다 점수 따기 전략에만 골몰하기 쉽다”며 “수행평가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거나 입시에 활용하는 방식을 바꿔야 수행평가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
#중고교 수행평가#평가 부담#학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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