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비평집 동시 출간한 유종호 “우리 사회 ‘큰 어른 실종’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0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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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온 유종호 평론가는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3권의 책으로 그리스 비극 전집, 서양 시 전집,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꼽았다. 동아일보DB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온 유종호 평론가는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3권의 책으로 그리스 비극 전집, 서양 시 전집,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꼽았다. 동아일보DB

문학평론가 유종호(84)는 한국 문단의 산증인이다. 1957년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이래 60년 넘게 왕성한 비평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든 중반, 그의 촉수는 사회와 개인의 행복을 더듬는다. 최근 동시에 출간한 에세이 ‘그 이름 안티고네’(현대문학·1만5800원)와 시 비평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민음사·1만5000원)에서 그는 개인사, 사람, 사회를 구석구석 살핀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18일 만난 그는 “65세 이후 책을 15권 정도 냈다. 나이가 들수록 소설이나 시는 근력이 달린다고 하는데 비평은 오히려 보는 눈이 깊고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킨들’로 활자를 키워 독서를 즐긴단다.

“몇 해 전까지 심사를 하느라 한국 작품을 읽었는데 요즘 국내 작품은 손이 잘 가질 않아요. 읽어야할 세계의 책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역사서를 찾게 됩니다. 꾸밈 속 진실이 담긴 소설도 좋지만, 진짜의 이야기가 주는 여운이 길더군요.”


‘그 이름…’에서는 노년에 대한 사유가 길게 이어진다. ‘(노년은) 묵묵히 자아를 위해 복무해왔던 육체가 반란을 도모하여 일제히 봉기하는 비상사태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읽을 기회가 있을까 하면서도 수시로 서점에서 책을 사 온다. 왜 그런가 자문해보니 습관을 연장해 삶이 계속되리라는 희망을 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일종의 자기기만이자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푸가인 셈”이라고 했다.


책에서는 사회 문제 전반을 다루지만 특히 소수자성에 주목한다. 그가 그리는 바람직한 사회는 소수자가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하지만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인혐오, 군대 직장 가정 내 가혹 행위와 갑질이 연일 매스컴을 탄다. 그는 “누구나 공격적이고 타인을 희생시키고 싶은 경향을 지녔지만 우리 사회는 정도가 심하다”며 그 이유를 과거 사회 분위기에서 찾았다.

“조선 시대 노비 인구는 40%가 넘었어요. 당시 사람을 천대하던 문화는 갑질의 원형으로 보입니다. 주자학에 기반해 적과의 동행을 터부시하는 정치 문화는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고요. 우리는 타협에서 야합의 뉘앙스를 떠올리는데 타협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에요.”

악습을 끊기 위한 노력으로는 ‘윤리적 사고’를 제시했다.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큰 어른이 실종된 사회에 대해서는 “진영논리로 분리돼 어른이 설 자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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