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진핑 방북날 대북 당근과 채찍 동시에…의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0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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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미국 재무부가 19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당일 내놓은 제재 발표로, 미국의 비핵화 실무협상 요구를 외면한 채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을 향한 경고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러나 같은 날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통해 ‘유연한 접근(flexible approach)’ 가능성을 열어두며 유화적 메시지도 동시에 발신했다.

●3개월 만에 다시 나온 대북제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금융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소재 ‘단둥중성 인더스트리&트레이드’와 조선아연공업총회사의 북한인 대표에게 은행 계좌를 열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가 2017년부터 단둥중성에 여러 은행계좌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피해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 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게 OFAC의 설명이다. 단둥중성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결국 이번 제재는 북중러 3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재무부의 시걸 멘델커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우리는 러시아와 각지에서 북한과 불법적 거래를 촉진하는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제재 이행을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의 국제적 금융시장 접근을 지원하는 이들은 중대한 제재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3월 재무부가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대북제재를 발표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트윗으로 혼선을 빚은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대북 추가제재가 필요 없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라진 움직임이다.

●제재 발표 직전에는 유화 메시지

그러나 이날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외교에서 진전을 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례적 뉘앙스여서 주목 받았다. 그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재무부 제재가 발표되기 불과 4시간 전이었다.

그는 다만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 조건과 관련해 “대화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면서도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검증이 있어야만 진전이 가능하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북측 협상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비핵화에 대한 그 어떤 권한이나 결정권도 이임받지 못해 실무협상 진전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북한 측 실무 협상팀이 우리와 다시 만날 때는 모든 이슈에 대해 협상할 권한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북제재와 유화적 메시지가 동시에 나온 것을 놓고 미국이 북한을 향해 강온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 정책 혼선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건 대표가 연설 당시 재무부의 제재 발표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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