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계속 위대하게” 트럼프, 2만 지지자들 앞서 재선 도전 공식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9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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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출정식.
트럼프 대선 출정식.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Again)”
“USA, USA, 포 모어 이어스(4 more yea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오후 8시 플로리다 주 올랜도 암웨이센터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출정식 무대의 지휘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야유가 흘러 나왔다. 무대 앞 기자석을 가르치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때 지자자들은 고개를 돌려 일제히 야유를 쏟아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치자 2만 객석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이 일제히 발을 굴렀다. 전장의 북소리처럼 체육관을 진동했다. 빨간색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와 빨간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움직일 때는 객석에 ‘붉은 파도’가 춤을 추는 듯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찬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며 “4년이 더 필요하다”고 내년 대선의 지지를 호소했다. 지지자들은 귀가 먹먹할 정도의 함성으로 화답했다.

● 가짜뉴스와 사회주의 색깔론 공세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소개로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은 미국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었다”며 무대 바로 앞 기자석을 향해 “언론에 물어보라. 저기 가짜 뉴스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대 앞 청중들은 몸을 돌려 기자석을 향해 “진실을 말하라”라며 일제히 야유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만 명이 신청했지만 자리가 서너 개라도 비면 가짜뉴스들은 ‘행사장을 채우지 못했다’고 헤드라인을 쓸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장에 있는 지지자들, 행사장 앞 야외 무대, 대선 출정식의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은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가짜뉴스’ ‘사회주의 위협’ 등 비슷한 주장이 많았다. 아이들 셋을 데리고 이날 행사장을 찾은 크리스 카스틸로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에 “트럼프 대통령은 진실된 정치인이어서 그를 지지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되기를 희망하지만 주류 언론의 95%가 민주당 편이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들에 대해 “아메리칸 드림을 파괴하는 사회주의자”라고 맹공격했다. 행사장 밖 야외무대에 올랐던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도 “사회주의가 이 나라에 오고 있다. 아버지가 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거들었다. 쿠바에서 1967년 이민을 온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마리아 데레로 씨(71)는 “민주당 후보들은 사회주의자들”이라며 “사회주의를 막기 위해 오늘 행사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2020 대선, 재선 도전 선포하는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2020 대선, 재선 도전 선포하는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76분간 연설에서는 새로운 아젠다보다 2년 반의 업적과 민주당과 주류 언론 등에 대한 공격으로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연설이 끝난 뒤 행사장에서 만난 데비 고지 씨는 “위스컨신 밀워키에서 왔다”며 “연설 내용 중 딱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의회와 언론의 반대를 극복하고 2년 반 동안 한 일이 놀랍다. 반드시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가족 총출동 지원 유세


트럼프 대선 출정식의 일등공신은 단연 가족들이었다. 무더위 속에서 줄을 서 있는 지지자들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은 암웨이센터 앞에 설치된 야외 무대에 아내와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우리가 다시 그들(민주당)을 물리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에릭은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는 지지자들의 빨간 모자에 사인을 해서 던져주기도 했다. 그는 행사장에서 찬조 연사로 등장해 임신 중인 아내의 배를 가리키며 “이 아이도 공화당원이 될 것”이라며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버지는 트윗 1~2개로 멕시코 문제를 해결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설명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아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15억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내가 1.5달러라도 받았으면 언론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내빈 소개를 하며 연방 의원을 호명할 때는 야유가 있었지만, 트럼프 가족들을 얘기할 때는 우렁찬 환호가 나와 대조적이었다.

● 철통 경호, ‘찜통 보안’에 지지자도 탈진

일부 지지자들은 행사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암웨이센터 앞에서 노숙을 했다. 이날 오후부터 행사장 주변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올랜도 경찰은 행사장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줄을 선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 편에 자동차를 동원한 차벽을 설치했다.

미국 국가를 튼 선전 차량과 공사장 모자를 쓴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와 ‘마가 모자’를 20달러에 파는 상인들도 곳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풍과 폭우가 쏟아다가 오후 늦게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오후 4시 입장이 시작된 뒤에 더위에 지쳐 탈진한 참석자 3명이 들 것과 휠체어 실려 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장 입장이 시작되자 모자 가격은 5달러로 떨어졌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검색대 앞에서 입장객의 소지품을 두 번씩 일일이 확인했다. 우산이나 뾰족한 물체, 물병도 반입할 수 없었다. 행사장 밖에는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입장을 위해 놓고 간 의자와 우산 등이 가득 쌓였다.

올랜도=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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