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는 심하게 망가진 비행기… 매출 35조원 줄어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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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격 이렇게 강할줄 몰랐다”… 휴대전화 판매 40%감소도 인정
“그래도 화웨이 멈추진 못할 것”
美상의 “10년간 1조달러 손실 우려”… 행정부에 무역전쟁 종식 촉구


“화웨이는 지금 심각하게 망가진 비행기다.”

17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사진) 회장은 미국의 제재로 위태로워진 기업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광둥성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대담에서 런 회장은 올해와 내년 매출이 300억 달러(약 35조6100억 원)가량 감소하며 연간 전체 매출은 1000억 달러(약 118조7000억 원)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화웨이 매출은 1050억 달러(약 124조6350억 원)였다.

런 회장은 미국의 제재를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의 화웨이 공격 의지가 이렇게 강하고 확고할 줄은 몰랐다”며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16일 블룸버그가 화웨이의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이 40% 떨어졌다고 보도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휴대전화 매출은 이례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기하는 ‘백도어’(보안 구멍) 의혹에 대해선 재차 부인했으며 희망하는 모든 국가와 ‘노 백도어 협약’을 맺겠다고 밝혔다. 백도어란 설계자가 시스템 유지 및 보수 편의를 위해 열어둔 비밀 통로로, 악용될 경우 보안에 심각한 취약점이 된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를 멈추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제재로는 양쪽 모두 고통을 받을 뿐이고 승자는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는 무역전쟁과 관련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향후 10년간 미 경제에 1조 달러(약 1186조 원)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17∼25일 무역, 유통, 제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중국 상품에 매기는 추가 관세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는 최근 USTR에 보낸 서한에서 2년간 부과된 대중 관세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상공회의소는 “관세는 미 기업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숨겨지고 퇴행적인 세금”이라며 “일방적 관세 전략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고 항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경고했다. 피해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000억 달러(약 237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고 장난감과 의류 신발 가전제품 등 중국산 수입품 약 3250억 달러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그의 무역정책을 공개 지지했던 미 스포츠용품 브랜드 뉴발란스도 중국 상품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에 반대하고 나섰다. 16일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연 40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는 뉴발란스는 중국으로부터 신발 재료를 대거 수입해 관세를 피할 수 없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구가인 기자
#화웨이 제재#미중 무역전쟁#런정페이 회장#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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