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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좋았지만…제작비 수백 억 들이고도 고전하는 두 대작 드라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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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좋았지만…제작비 수백 억 들이고도 고전하는 두 대작 드라마들

신규진기자 입력 2019-06-17 18:22수정 2019-06-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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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내놓은 대작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이몽’은 200억 원대, SBS ‘녹두꽃’은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시대극. 두 드라마 모두 반환점을 돌았지만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MBC 드라마 ‘이몽’
‘이몽’은 방영 전 화제성이 차라리 나았던 경우다. 당시 제작진은 “실제와 허구가 뒤섞였다. 약산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바깥에서 이념적 논란이 컸다. 하지만 2회(지난달 4일) 7.1%(닐슨코리아)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갈수록 관심도 시청률도 저조하다. 15일 23회는 3.3%까지 추락했다. 현재 시청자게시판을 봐도 약산의 월북 행적을 지적하는 글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드라마는 정치적 공방(?)에서 자유로웠다.

시청자들은 ‘만듦새’를 지적하고 나섰다. 함께 항일운동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의 이몽(異夢)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그저 독립투사와 ‘악’ 일제의 쫓고 쫓기는 서사가 지루하게 반복된다.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은 언제나 과격하기만 하고, 외과 의사이자 밀정인 가상 인물 이영진(이요원)은 시대를 저버린 채 청순가련하다. “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쏟아진다.

독립투사를 ‘조폭(조직 폭력배) 판타지’로 만들었단 비난도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방영한 6회에서 김원봉이 중국 청방에 홀로 뛰어들어 이영진을 구하는 장면은 “어벤져스 급”이란 반응. 조선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 관리들이나 세트장이 드러나는 헐거운 컴퓨터그래픽(CG)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짧지만 차분한 전략가의 면모로 김원봉의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 ‘암살’(2015년)이나 ‘밀정’(2016년)과 다르게, 액션에만 치중해 캐릭터 깊이감은 옅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심리묘사에서 오는 긴장감 등 세밀한 장르물을 원하던 시청자의 기대와 다르게 단순한 선악 구도가 반복된다”고 했다.


SBS 드라마 ‘녹두꽃’
오히려 ‘녹두꽃’은 “물건은 좋은데 마케팅이 별로”라는 평이 많다. 초반인 2회(4월 26일) 가 시청률 11.5%였을 때만 해도 ‘웰메이드 드라마의 성공’이란 평이 많았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작품은 가상의 이복형제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단, 이복형제로 농민군인 백이강(조정석)과 토벌대 백이현(윤시윤)의 대립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잘 담아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 ‘역피셜’(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던 점도 긴장감을 한껏 올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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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영시간대가 발목을 잡았다. ‘녹두꽃’을 방영하는 금·토 오후 10시는, 시청자가 가벼운 예능이나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에 더 익숙한 시간대다. 동학농민운동이란 무거운 주제의식에 “우울해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민초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점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벌려놓아 새로운 시청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8일 방영한 27회는 시청률이 4.6%까지 내려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시의 적절한 소재를 다뤘지만, 편성과 연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녹두꽃’은 주말에 비극적인 시대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이몽’은 김원봉을 액션스타로 만들어버린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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