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중진’ 홍문종 “朴 전 대통령, ‘한국당 탈당’ 찬성할 것”

  • 신동아
  • 입력 2019년 6월 17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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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메신저) 유영하 변호사와 이야기 많이 해왔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뜻에 어긋나는 정치적 결단 한 적 없어
● 태극기 세력 신당(신공화당)이 ‘보수 1중대’ 될 것
● 황교안으로 총선 치르면 한국당도 박근혜도 죽어
● 21대 총선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싸움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보수 통합의 중심이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바깥에 있는 ‘태극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6월 15일 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홍 의원을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4선의 친(親)박근혜계 중진이다.

- ‘태극기(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주장해온 보수우파 시민들) 집회’에 자주 참석했나요?

“무수히 갔죠. 하루에도 네다섯 번씩 집회가 열리니까요.”

- 분위기가 어떤가요?

“좌파를 물리치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확신이 있어요.”

“태극기 집회는 평범한 보수우익 목소리”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 거기에서 어떤 말을 했나요?

“부당한 탄핵으로 800일 넘게 구금돼 있는 박근혜 대통령(※전 대통령)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금됐던) 역대 대통령들은 700일이 넘어가면 풀어줬어요.”

- 태극기 집회에 대해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는데요.


“무엇을 요구하는지 살펴보면 안 좋게 볼 이유가 많이 사라집니다.”

- 태극기 집회는 극우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편향된 역사를 가르치는 전교조를 비판하고 경찰을 때려도 멀쩡한 민노총 세상을 비판합니다. 실제로는 극우가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보수우익의 목소리죠. 이렇게 많은 집회를 해도 어떤 폭력도 불상사도 없었어요.”

홍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대통령은 1원짜리 하나 주머니에 넣은 게 없다. 재단에 고스란히 있다. ‘경제공동체’라는 기상천외한 죄목으로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대통령을 탄핵의 제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여성이라 이렇게 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우리나 나이브하게 생각했죠. 이러다 말겠지 했어요. 탄핵정국 초기에 주변에서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쉽게 인정해버렸어요. 정치적 국면을, 채널을, 화면을 바꾸면 된다고 여겼죠. 그게 큰 화근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혼자 있는 여성이다 보니 주변에 프로텍트할(보호할) 세력이 없었어요. 성벽을 치고 철옹성을 쌓고 정치적 장벽을 만들어 벌떼처럼 일어나 막아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2017년 11월 3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우파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 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박근혜 출당(黜黨)’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홍문종 의원은 “박근혜 그림자를 지워야 자기 당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당으로 홍 전 대표에게 좋은 일 있었나요? 지방선거 참패하고 대표 임기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말았죠. 결국 박근혜 제거에 실패한 후유증을 치르고 있는 중이죠.”

- 박근혜 출당은 선거 전략으로도 패착이었다?

“홍준표 후보가 2017년 대선에서 20%대 득표를 했죠. 박근혜로 상징되는 보수우익의 무너지지 않는 기반이 도운 겁니다. 홍 후보를 보고 찍어준 표심이 아니죠.”

“거짓의 산에 의해 탄핵”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당된 점이 앞으로 한국당에 영향을 줄 것 같나요?

“한국당도 처음엔 깜박 속았죠.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잘못했나? 국정농단을 했나? 뇌물죄가 있나?’ 하고요. 온갖 소문이 꼬리를 물 때 우리 모두 약간 멍해 있었어요. 이제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아니다’라고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정치적 게임에 의해, 촛불 쿠데타에 의해 물러난 것이죠. 많은 초·재선의원이 ‘촛불이 무서워 옳고 그름을 얘기할 수 없었다’고 해요. ‘거짓의 산’에 의해 탄핵된 대통령의 운명을 기막혀하고 있죠. 박근혜를 지운다는 건 박근혜라는 이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로 상징되는 보수우익의 역사를 지우는 것이죠. 그로부터 자유로운 한국당을 만든다? 말이 안 됩니다. 자기 역사를 부정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취임 후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취임 100일이 지난 그의 리더십을 홍 의원은 어떻게 평가할까.

“황교안 대표, 오비(OB) 계속 내”

- 황 대표와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굉장히 신중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분이라 만날 당시 제가 말한 게 더 많다고 볼 수 있죠.”

- 황 대표가 야당을 잘 이끌어왔다고 보나요?

“정치 초보로서 오비(Out of Bounds·골프에서 장외로 공을 보내는 것)를 계속 내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습장에서 열심히 연습해야 하는데…. 보수우익을 기반으로 한 정치현실을 미처 학습하지 못한 상태인 것 같아요.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과 보수 야당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은 대선 기간이 아닌데도 대통령 되는 일에 더 치우친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어요. 주변이야 어떻게 되든.”

- 주변이야 어떻게 되든?

“성곽은 안 쌓고 황교안 장군만 세지면 적군을 다 막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성곽을 뚫는 데에 상대방 전력의 반 이상이 없어져야 싸우는 게 편하죠. 그런데 성곽을 안 쌓고 아군의 손발을 잘라 전력을 다 죽여놓는 거죠. 말 한 마디 했다고 대표가 툭하면 사과하고 징계해 재갈을 물리니 당내에서 일할 사람이 과연 남아날 수 있을까요? 엄청난 자충수인 거죠.”

당내 인사들의 5·18 발언, 세월호 발언,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발언 등과 관련해 황 대표는 사과하거나 징계하거나 경고해왔다. “아군 전력 죽여놓았다”는 홍 의원의 말은 이런 잦은 사과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싸우다 보면 말실수를 하기도 하고 피도 나는 것이죠. 그러면 당 대표가 따로 불러 ‘저쪽 사람들한테 미안하다고 할 텐데 실은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전략전술이라도 있어야죠. ‘5·18 유공자가 왜 이렇게 늘었나? 무엇 때문에 유공자가 됐나?’ 이런 취지로 말 좀 했다고 징계를 해요? 그런 잣대라면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말한 문 대통령에게 민주당 탈당하라고 해야죠. 야당 대표가 이런 대응도 못 하면서 힘도 없고 약도 없는 우리 쪽 사람들에게 백기를 들라고 야단을 치는 꼴이죠.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우리 당을 ‘애플당’이라고 해요. 만날 사과만 한다고.”

“좀 정제해서 합시다. 끝”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발언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자 당은 차 전 의원에 대해 당원권 3개월 정지 결정을 내렸죠.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너무 오래 이용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차 전 의원 발언에 대해 황 대표는 ‘같은 말이라도 좀 정제해서 합시다. 끝’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게 맞다고 봐요. 차 전 의원을 ‘세월호 막말해 자기 당에서 자격정지 받은 사람’으로 낙인찍은 건 아니라고 봐요. 차 전 의원이 다음 번 선거를 치를 때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 그러나 외부에서 ‘왜 징계 안 하나?’ ‘왜 솜방망이 징계를 하나?’라고 합니다. 막말 논란 때문에 당 지지율이 내려가기도 했고요. 황 대표도 이런 점이 곤혹스러웠지 않았을까요?

“여당과 진보진영에서 징계하란다고 따르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당 대표가 ‘제가 해당 의원을 불러 크게 질책했습니다. 다음부턴 안 그럴 겁니다. 제가 처음 대표가 돼서 생긴 제 불찰입니다. 저를 봐서라도 한번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리더십이 발휘됐어야죠. 그러면 당사자는 물론 소속된 사람들이 얼마나 당 대표를 든든하게 생각하겠습니까?”

-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천렵질’이라 논평한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자 황 대표는 6월 11일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말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이라고 옹호했습니다.

“사과를 많이 한다는 말을 하도 들으니까 그렇게 한 것 같아요. ‘황교안은 진화한다’는 자찬이 나오던데 저는 모르겠어요.”

황 대표는 2월 한국당 대표 경선 때 탄핵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에 대해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가 된 뒤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은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물러섰다. 이어 “저는 당연히 태블릿PC 1심 판결을 존중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보수진영에선 ‘차라리 탄핵이 잘됐다고 말하라’ ‘어떻게 판단을 그렇게 하나?’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종로에 나가지 말라”

- 황 대표가 내년 총선 때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도 나옵니다.

“저는 종로에 나가지 말라고 해요. 어지간한 전투력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라 당 대표가 굳이 모험에 나설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그냥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황 대표에게 종로로 나가라고 하는 사람은 황 대표의 친구가 아니라 적입니다.”

- 황 대표는 4월 재보궐선거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출마하려고 했으면 창원성산에 나갔어야죠. 떨어져도 할 말이 있고 붙으면 붙은 대로 할 말이 있죠. 자기 커리어도 쌓고. 검투사에겐 몇 번 싸움을 했느냐가 중요해요. 실전에 나가서 붙어봐야죠. ‘이분을 믿고 한국당이 험난한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을까?’라고 사람들이 자꾸 의문부호를 붙이는 겁니다.”

황 대표가 불교 행사에서 합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나도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만 절에서 합장한다. 최소한의 예의 아니냐? 민주당이 불교계에 ‘기독교 믿는다고 합장도 거부한 사람을 지지하겠습니까?’라고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내에선 ‘친박계 의원들을 총선 공천에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인적 쇄신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상진 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은 이 이슈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6월 9일 “지난 20대 공천은 막장 공천이라 불리는 비공감 공천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특정 사람 심기나 계파 갈등에 의한 공천이 아닌 룰에 입각한 공천이 될 수 있도록 작업해왔다”고 말했다. 이 말은 “대대적 친박 물갈이”로 여러 언론에서 해석됐다.

홍 의원은 “황 대표가 드디어 커밍아웃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은 홍준표나 김병준과 다르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신 위원장이 서두른 감이 있지만 황 대표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죠. 친황계 그림에 대한 1차 걸림돌로 친박계를 지목한 것 같아요. 12월이나 내년 1월에 해도 되는 말을 미리 터뜨려 당내 분란을 자초하고 있으니 조직 장악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 일관된 흐름이 있다는 건가요?


“그런 흐름이 있죠. 자기 대통령을 탄핵하고 탈당했다 복당한 것도 잘못한 건데 뻔뻔해요. 재산 다 까먹고 집에 돌아온 탕아가 반성도 안 하고 집 지킨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격이죠. 우리가 원래 집주인이에요.”

“정적 제거에도 기본 예의가 있다”

- 인적 청산에 대한 지지가 높다고 하는데요.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지하는 거죠. 친박의 수괴 홍문종을 자르겠다?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친박계는 탄핵에 반대했고 당이 어려워도 지켜냈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신원회복을 위해 함께해왔죠. 정적(政敵) 제거에도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법입니다. 이런저런 오명을 씌워 음해하는 조악한 여론몰이 말고는 다른 방법이 정말 없는 겁니까?”

- 수도권 의원들도 청산 대상이 되나요?

“수도권은 사실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도 없어요. 수도권 지역구의 한국당 의원들은 그래도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홍 의원은 “밖에 나가 태극기 세력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을 주도해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 이렇게 탈당하는 계기가 무엇인가요?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죠.” 홍 의원은 황 대표가 탄핵 찬반에 “세모”라고 답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이제 우파에선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됩니다. 자기주장을 밝혀야 해요. 그러면 중도성향 유권자는 이번에 우파를 돕게 돼 있어요. 경제와 외교가 엉망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취직이 안 되죠.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못 내는 리더십이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트럼프 같은 사람이 된다?

- 황 대표에게 조언하지 않았나요?

“태극기 세력은 물론이고 보수우익 집단을 통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죠. ‘당신이 보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어요. 판을 못 읽는지 이해를 못 하는지 영 반응을 들을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나가서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보수를 통합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죠. 보수의 중심에 황교안이 아닌 태극기를 놓아야 한다고 봐요. 바른미래당은 시장에서 가격을 안 쳐줍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한국당에 있기 때문에 가격을 좀 쳐줘요. 그러나 한국당에서 태극기가 빠져나가 보세요. 그러면 이들도 헐값이 되죠. 총선에서 친황이 90명, 100명 당선될 것 같나요? 턱도 없어요.”

박 전 대통령과 거의 유일하게 소통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한국당 전당대회 당시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몸이 불편해 의자를 요청했으나 황교안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 박 전 대통령은 홍 의원이 대한애국당으로 옮기는 부분에 대해 찬성하는 편인가요?

“대한애국당? 저는 대한애국당으로 옮기는 게 아닙니다. 물론 조원진 대표가 그동안 한 노력을 폄하하는 건 아니고요.”

- 대한애국당을 넘어서는 더 큰?

“그렇죠. 모든 태극기 세력을 합쳐 신당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검토 중인 당명이 ‘신공화당’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3년 공화당을 창당했다.

- 박 전 대통령의 뜻은….

“저의 탈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찬성할 것으로 압니다. (박 전 대통령 메신저) 유영하 변호사와 이야기를 많이 해왔고요. 저는 박 대통령과 정치를 한 이후에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게 한 적이 없습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박 전 대통령이 공격받아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유 변호사는 한국당 전당대회 무렵 한차례 언론 인터뷰를 한 이후 언론과 접촉하지 않아왔으며, ‘신동아’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다른 보수 세력이 등장하면 총선에서 보수 전체가 분열로 참패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황 대표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인데, 오류입니다. 첫째, 한국당으로는 총선에서 안 됩니다. 둘째, 저쪽은 정의당, 민주평화당 중대가 있어요. 이번 창원성산에서 안 된다 싶으니까 정의당으로 합쳐 당선시켰잖아요. 한국당 혼자 좌익 전체를 상대하지 못해요. 보수도 1, 2, 3중대 만들어야 해요. 정통보수에서 중도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여 보수정당 전체의 득표율을 올리는 게 낫죠.”

“세상 인심 많이 달라졌다지만”

- 비례대표 부분에선 그런 시너지가 날지 모르지만 지역구 선거에선 표가 분산돼 보수 후보가 낙선하는 사례가 속출하지 않을까요?

“바른미래당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다면 한국당과 태극기 세력에서 후보를 안 내면 됩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이미 그렇게 했잖아요. 보수도 그런 전략적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수도권 등에선 타협을 통해 보수 단일후보를 낼 수 있어요. 반면 대구경북에선 태극기 세력, 한국당, 바른미래당 후보가 다 나와 승부를 내고요.”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들이 계산하고 있겠죠. 태극기 세력이 커져 보수 1중대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오면 태극기 세력이 커진다?

“당에 계실 때부터 선거 시즌이 되면 각 지역 후보들이 유세를 부탁하며 매달리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세상 인심이 많이 달라졌다지만 ‘선거의 여왕’ 명성 아래 붕대로 싸맨 손을 내밀어 지지를 부탁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보수 지지자들이 그분의 석방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홍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 보수의 무게중심이 한국당에서 태극기 세력으로 이동할 것이다. 보수의 처지에서 홍문종처럼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드는가? 황교안처럼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드는가?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 태극기 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은?

“아마도 좌파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 결기와 희생의 상징성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싶죠. 그런 의미에서 21대 총선은 황교안과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와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왜죠?

“한국당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이죠. 한국당엔 탄핵을 찬성한 사람과 반대한 사람이 섞여 있어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미국은 문재인보다 박근혜 선호”

- 미국은 박근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선, 문재인을 너무 싫어합니다.”

- 확실한가요?

“미국 조야에선 ‘문 대통령은 한미일관계보다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은데 한국이 월남처럼 돼도 상관이 없나?’라고 우리들에게 공공연히 말해요. 미국은 문재인이 너무 싫다 보니 박근혜 정권 때와 비교하면서 대안 세력으로 떠올리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태극기 세력에 대해 수도권에서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 않나요?

“언론의 프레임 공략 결과죠. 부정적 인식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있어요.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 참여를 통해 태극기 집회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기존 정당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거죠. 뜨거운 애국심의 발로로 다져진 전투력은 또 어떻고요. 어느 정당도 못 따라올 태극기 집회만의 결속력이죠. 진보진영이 경멸하고 한국당이 한줌밖에 안 된다고 폄하하는 건 태극기 세력의 잠재력을 두려워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의원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인원 동원, 기 싸움, 열정에서 태극기 세력이 압도할 것이다. 이 세력 없이는 보수가 움직일 수 없다. 선거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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