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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세계 영화 지형도 바꿨다…거장들 총출동한 칸서 韓 최초 황금종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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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세계 영화 지형도 바꿨다…거장들 총출동한 칸서 韓 최초 황금종려상

이서현기자 , 김민기자 입력 2019-05-26 17:24수정 2019-05-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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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사이트’(기생충·Parasite) 봉준호!”

25일 저녁(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호명에 숨죽임 끝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상의 영광을 향한 ‘예우의 함성’은 국적을 불문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울려퍼지자 옆 자리에 앉은 배우 송강호를 뜨겁게 얼싸안았다. 그리고 대극장의 관중들을 뒤돌아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가 처음 칸을 밟은 지 13년 만에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는 순간이었다.


베네치아,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는 당대 영화의 어젠다를 주도하며 국제영화제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1990년대 이후 헐리우드 영화에도 문호를 열었으며 아시아 영화에도 주목해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중국의 첸 카이거 감독 등도 칸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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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직후 외신은 봉 감독의 영화세계와 한국 영화 최초 수상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AP통신은 봉 감독과 황금종려상(Palme d‘or)의 합성어인 ’봉도르(Bong d‘or)’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르가 결합한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가장 호평받은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한국의 신랄한 풍자가 봉준호가 칸에서 역사를 썼다”며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송강호는 한국의 국보급 배우”라고 주목했다.

●거장들 총출동한 칸에서 거머쥔 황금종려상

‘기생충’의 수상 여부는 칸 영화제 초청작이 발표되는 4월 중순만 해도 ‘시계 제로’의 상황이었다. 총 21편의 경쟁작 가운데 5편의 감독이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들로 초청작의 면면이 여느 때 보다 화려했다. ‘영 아메드’로 올해 감독상을 수상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와 ‘쏘리 위 미스드 유’의 켄 로치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감독이다.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아시아 영화는 수상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기생충’은 칸 현지 상영 직후 전 세계 언론과 평단,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영화제 전 설왕설래를 무색하게 했다. 특히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성장으로 맞닥뜨린 빈부 격차와 양극화의 문제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것이 보편적인 공감대를 샀다는 평가를 받는다. 칸 영화제에 앞서 봉 감독은 “한국적인 디테일이 포진해 있지만 빈부차이는 전 세계의 보편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거주하는 반지하, 치킨집을 하다 망한 이야기 등 기택네 가족에 대한 묘사는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외신들은 “덩굴손처럼 뻗어와 당신 속으로 깊숙이 박힌다(가디언)”,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헐리우드 리포터)”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한국의 문제를 넘어 세계의 보편적 문제가 된 계층과 양극화 문제를 사회학에 영상미학을 더해 풀어낸 것이 칸의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100년 맞은 한국영화사 새로운 도약 계기

올해는 1919년 단성사에서 최초의 한국영화인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가 개봉한지 100주년을 맞는 해로 영화계는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가 국제무대에서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첫 한국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2000년 영화 ‘춘향뎐’이다.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홍상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도 경쟁부문에 올랐다.

2007년에는 ‘밀양’(이창동)의 주연 전도연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2회 본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는 ‘시’(이창동)가 각본상을 받았지만 이 때를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는 한동안 연달아 수상에 실패했다. 한국영화의 칸 본상 수상은 이번이 9년 만이다.

2014년 ‘표적’(창감독)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올해 ‘악인전’(이원태)까지 6년 연속 진출을 기록해왔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세계 영화의 지형도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아시아 영화가 2년 연속 칸에서 상을 받으며 앞으로 세계 영화 시장에서 아시아 영화가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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