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해킹’에 책임 느껴 우울증 끝에 자살… “업무상 재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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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6일 0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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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우울증 발병 영향 , 극복할 수 없을 정도 아냐”
“주말근무 없고 퇴근도 늦지 않아… 업무강도 강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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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발전소에 파견 나온 협력업체 직원이 2014년 12월 발생한 한수원 해킹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려 끝내 자살에 이르렀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한수원의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사망한 A씨의 아내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해킹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우울증이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2016년 3월 우울증이 재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울증 발병에 해킹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인과관계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완벽주의적 성향, 지나친 책임의식 등 개인적 성향을 고려하더라도, 해킹사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줘 우울증을 발병케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한수원의 경주 이전에 따른 지방발령으로 A씨가 심적 부담감을 느꼈지만, 지방발령이 A씨에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부담을 줬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사망 즈음 주말근무도 없었고, 퇴근시간도 크게 늦지 않아 업무 강도도 지나치게 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00년 한수원 협력업체에 입사한 A씨는 2008년부터 한수원에 파견돼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를 했다. 그런데 2014년 12월18일 한수원이 해킹되면서 원전 운전도면 등 기밀이 유출되는 사고가 났다.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시작됐고, 검찰도 해킹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했는데, A씨가 근무하던 한수원 협력업체도 그 대상이었다.

A씨는 혹시 자신이 외부에서 받은 파일에 바이러스가 들어있던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우울증 진단까지 받으면서 출근조차 할 수 없는 상태까지 건강이 악화했다. 검찰 조사에서 A씨에게 책임이 없다는 결과가 나올 때 잠깐 호전되는 듯 했으나, 다시 우울증이 재발했고, 한 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남편이 한수원 해킹사건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병하게 됐다”며 “치료를 받아 우울증이 호전됐지만, 한수원이 경주로 이전하면서 낯선 곳으로 발령받는다는 심적인 부담과 이전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로 재발해 자살에 이르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지만, 부지급 결정을 받자 소송을 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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