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서 벌어지는 韓中日 삼국지
더보기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서 벌어지는 韓中日 삼국지

양곤·프놈펜=이건혁 기자 , 조은아 기자 입력 2019-04-24 16:08수정 2019-04-24 21:31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야웅니핀 지역에는 한국과 미얀마가 최초로 공동 조성할 예정인 경제협력산업단지 용지가 있다. 이 산단은 최근에야 미얀마 정부의 조성 허가를 받았으며 조만간 착공과 함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입주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보다 앞선 2015년 양곤 남동쪽 10㎞에 ‘틸라와 산업단지’를 완공했다. 일본은 물론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기업, 금융회사, 공장 약 90곳이 입주해 있다. 중국은 인도양으로 향한 항구 시트웨와 북부 국경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따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얀마 북부 접경도시 뮤즈는 중국과의 교역을 바탕으로 미얀마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미얀마에 나타난 한국과 중국, 일본의 행보는 세 나라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발 빠르게 아세안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 물량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이제야 경쟁에 뛰어들어 한 발 뒤쳐진 형국이다.



주요기사

● 아세안 시장서 벌어지는 한중일 삼국지

아세안과 유엔에 따르면 2017년 아세안에 투자된 해외직접투자(FDI)는 1370억 달러(약 158조 원). 이 중 아세안 회원국의 역내 투자를 제외하면 일본이 132억 달러로 가장 많다. 중국은 113억 달러로 뒤를 잇고 있으며 홍콩의 투자금(78억 달러)까지 더하면 일본을 뛰어넘는다. 반면 한국은 53억 달러로 7위에 그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아세안에 공장을 세우며 시장 확대에 나섰으며 2012년부터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차이나 플러스 원’ 정책을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해외 인프라 건설 투자 프로젝트) 정책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김휘진 신한베트남은행 본부장은 “일본 업체와 금융사들은 현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오랜 관계를 통해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 금융사는 투자 규모가 워낙 커 별다른 전략 없이도 성장이 빠르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한 신남방정책을 지난해에야 본격 가동했다. 한국 기업들은 현지 시장 개척은 물론 일본과 중국의 견제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캄보디아에 만들어주기로 한 국가 지급결제 시스템 구축 사업의 경우 2014년 양국 간 협약 이후 약 3년간 본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 사업 실무를 맡았던 전직 공무원 A 씨는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2017년 한국의 자금 지원이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 캄보디아 정부와 중앙은행에 접근해 사업 중단 가능성을 체크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하종원 캄보디아증권거래소 부이사장은 “일본이 한국의 금융 인프라 지원 사업을 벤치마킹해 미얀마와 라오스에 국가 지급결제 시스템, 미얀마에 증권거래소 구축에 나설 것이란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 중국 일본 주춤한 틈 노려야…신뢰 확보 절실

다만 최근 중국과 일본의 아세안 진출이 주춤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정책 이후 중국의 아세안 진출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태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으로 아세안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대규모 차관을 받았던 스리랑카, 파키스탄 도시가 빚더미에 앉았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현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동부 해안철도 사업을 중단시켰고 태국과 라오스도 중국과 합작한 고속철도 건설을 늦추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금융 플랫폼 확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중국계 은행이 시장을 침략한다고 여기고 있다”며 “현지인에게 호감을 주는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세안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아세안 드림’의 성공을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싱가포르에서 연이어 철수해 현지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한국 은행의 한 캄보디아 법인장은 “캄보디아 당국자 중에는 한국에 대해 신도시 캄코시티와 프놈펜 최고층 골드타워 건설을 중단했던 나라로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빨라지면서 국가별, 지역별 특성이 뚜렷해지는 만큼 각국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의 서정인 단장은 “국가별로 금융 수요가 제각각 다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총괄본부를 세워 시장을 분석하거나 도움을 줄 현지 인맥을 장기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태국서 ‘괘씸죄’ 걸린 한국 금융사들…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 ▼

한국 금융회사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부분 지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유독 아세안 경제규모 2위인 태국에서는 부진하다. 일본 금융사와 기업들이 태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4일 KOTRA에 따르면 2017년 태국에 흘러들어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39.5%가 일본에 의해 이뤄졌다. 중국은 5%, 한국은 2.7%에 불과했고 다른 국가들의 비중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일본은 미국, 중국과 달리 이 지역 투자를 계속 늘려가면서 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금융사들의 태국 진출 실적은 미미하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한국 금융사들이 아세안에 세운 해외점포 162곳 중 태국은 3개에 불과했다. 일본은 도쿄-미쓰비시,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주요 은행들이 태국에 진출해 영업하고 있다. 보험 등 다른 금융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태국에서 한국과 일본 금융회사들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부터다. 당시 바트화 폭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 금융회사들은 점포를 정리해 모두 철수해버렸다. 이후 태국은 한국계 금융사에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해 자국 시장 진입을 거부해 왔다. 2013년이 돼서야 KDB산업은행에 사무소 개설을 허용했다.

일본의 대응은 달랐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태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했고 일본 금융사도 태국 점포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계기로 태국은 일본 금융사와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일본의 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 일본은 2015년 태국을 핵심 투자대상 지역으로 정하고 투자 분야를 전 산업 분야로 확대했다. 태국의 경제 발전으로 소비 규모가 커지자 일본은 진출 전략을 기존의 생산기지 확대에서 내수시장 공략으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한국이 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때 정부와 기업, 금융사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의 한 한국계 은행 지점장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 현지화에 공을 들여야 한다. 해외 점포의 단기성과에 집착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했다.

양곤·프놈펜=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하노이·호치민=조은아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