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근로시간 연장 검토…공휴일도 줄어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3일 2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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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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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4월 23일 프랑스 상원은 근로자의 일일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936년 주당 근로시간 40시간 제한 법안으로 이어져 노동자 권리를 증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확히 100년 후인 2019년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근로시간 연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슈가 22일 보도했다. 이 주간지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발표할 대국민 연설문에 ‘근로시간 확대, 재정지출 감축, 조세부담 완화 필요성 등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일간지 리베라시옹도 “대통령이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를 포함한 내각, 여당 대표 등과 함께 수 주일 동안 노동시간 연장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로 사회 혼란이 커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유류세 및 전기료 인상안을 철회했고, 대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연이은 대국민 토론회에서 세금을 줄여달라는 국민 요구가 커지자 저소득층 소득세 감면도 준비해왔다. 이 때문에 재정 압박이 심해지자 근로 시간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한 재정 확대를 노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셈이다.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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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증가 방안으로 가장 유력한 방식은 공휴일 축소다. 프랑스의 법정 공휴일은 총 11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8일을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장바티스트 모로 부대표는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공휴일을 줄이는 방안을 포함해 우리는 근로시간에 관한 뭔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로르 베르주 여당 대변인도 같은 매체에 “공휴일 축소는 세금을 줄이고 사회 보호를 위한 재정 마련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또 다른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5월 8일 공휴일을 폐지하면 약 30억 유로(약 3조8400억 원)의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나 이 돈으로는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전했다.

현행 62세인 은퇴 연령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64세로 정년을 연장하면 매년 60억~100억 유로의 재정충당 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장년층 유권자 반발 및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여당 내 반대 의견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 “은퇴 연령을 높이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주당 35시간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22일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근로시간 연장 방식 중 주당 35시간 근로시간 확대를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근로시간에 따른 연금액 차등(25%), 공휴일 축소(14%)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54%는 “대통령의 근로시간 연장안에 반대한다”고 했고, 대다수 노조도 반대 의사를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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