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폐로작업에 외국인 노동자 투입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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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운영 도쿄전력… 건설부문 외국인 체류자 수용 계획
의사소통-업무이해 저하 불가피, 방사능 피폭 등 안전문제 우려
“일본인들 꺼리는 일 시키나” 지적

일본 정부가 2011년 3월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폐로 작업 현장에 외국인을 투입하기로 했다.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외국인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사능 노출이 우려되는 위험한 곳에 일본인 대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을 보내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1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홀딩스는 이날 제1원자력발전소 작업 현장에 특정 기능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쿄전력은 건설업체, 인력송출회사 등을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입관법)’을 고쳐 시행하고 있다. 개정 입관법에 따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일본어와 숙련 기술 등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를 간병, 외식, 숙박, 건설 등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14개 업종에서 채용할 수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34만 명이 채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발전소 폐로 작업은 건설업에 해당된다. 도쿄전력은 “(새 입관법 시행 이후) 법무성에 문의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의사소통, 안전성 등을 고려해 제1원자력발전소 폐로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사능 노출 등 위험한 작업 현장에 일본 노동자들이 들어가는 것을 꺼리면서 인력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산업 현장에서 일꾼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전국 원자력발전소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 외국인 노동자는 18일 소셜미디어에 “일본인이 꺼리는 일을 외국인에게 시키려고 채용하는 것 아니냐”라는 글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원전 폐로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내면 의사소통, 업무 이해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5월 베트남 등 외국인 노동자 6명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제1원자력발전소 근무 직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원전 작업은 작업 규칙이 복잡하다”며 “외국인들은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사고가 발생하면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노출 등이 발생해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하려고 해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신청, 적용 등의 절차가 까다로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4년 전 폐로 작업에 참여했던 이케다 미노루(池田實) 씨는 “일본인도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 어떻게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외국인들은 더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선 관리 구역에서 근무한 1만1109명 중 1651명이 20mSv(밀리시버트) 이내 수치로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정한 원전 노동자의 연간 한도(50mSv)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후쿠시마 원전#방사능 피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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