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광현]퀄컴에 두 손 든 애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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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어떤 기업인가. 스티브 잡스의 지휘 아래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판매량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려 2위다. 순이익은 다른 세계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한마디로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기업이다. 이런 천하의 애플이 퀄컴에 백기를 들었다. ‘세기의 특허전’이라 불렸던 애플-퀄컴의 30조 원대 소송이 합의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애플의 항복으로 어제 막을 내렸다.

▷먼저 공격한 쪽은 애플. 2년 전인 2017년 1월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물린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여기에 대만의 아이폰 부품업체인 폭스콘 등이 가세해 소송금액이 270억 달러에 달했다. 퀄컴도 가만있지 않았다. “애플이 로열티 지급계약을 위반했다”며 70억 달러의 맞불 소송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승부 판정을 내린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합의 소식에 퀄컴 주가는 전날 대비 23.21% 급등했고, 애플 주가는 거의 그대로였다.

▷개인 간이나 기업 간이나 죽일 듯이 싸우다가 먼저 합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대개 끝까지 가봐야 득 될 게 없는 쪽이다. 이번 소송도 마찬가지. 시간이 갈수록 절박한 쪽은 퀄컴보다 애플이었다. 올해는 무선통신기술이 4세대를 넘어 5세대(5G)로 넘어가는 원년이다. 애플의 최대 경쟁자 삼성전자가 5G 칩이 탑재된 갤럭시 S10을 내놓고 시장 선점에 들어갔다. 애플은 퀄컴으로부터 칩을 공급받아야 그나마 내년에라도 5G 아이폰을 낼 수 있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세기의 특허전 종결 배경에는 삼성전자라는 제3의 변수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 분쟁에서 재차 확인된 것은 애플도 꼼짝 못 하게 한 특허의 파워다. 퀄컴은 제조 공장이 한 채도 없는 전형적인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오로지 기술 개발에만 몰두한다. 주요 수익원은 특허에 대한 로열티다. 우리 귀에도 낯설지 않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를 포함해 무선통신과 관련해 퀄컴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및 특허 출원이 무려 13만 개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퀄컴은 독점 횡포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자국인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17년 퀄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애플 삼성전자 등에 매긴 과도한 로열티 등이 주요 쟁점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퀄컴에 작년 224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배가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게 기술 특허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애플#퀄컴#기술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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