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뚫고 이재성 굳히기… 콜롬비아 또 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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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암벌의 전투’ 2-1 승리
벤투호 첫골 손흥민 최우수선수… 케이로스 감독 상대 첫승 기쁨
뒤지던 콜롬비아 후반 총력전… 스타 팔카오-로드리게스도 출격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재성(왼쪽 사진 오른쪽 뒤)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12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이청용에게 안기고 있다. 이재성의 A매치 골은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전 이후 6개월 만이다. 오른쪽 사진은 첫 골을 넣은 손흥민. 손흥민도 A매치 9경기 만에 골을 터뜨리며 긴 침묵에서 벗어났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양회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재성(왼쪽 사진 오른쪽 뒤)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12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이청용에게 안기고 있다. 이재성의 A매치 골은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전 이후 6개월 만이다. 오른쪽 사진은 첫 골을 넣은 손흥민. 손흥민도 A매치 9경기 만에 골을 터뜨리며 긴 침묵에서 벗어났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양회성 기자
쌀쌀한 날씨였지만 6만4388명이 함께한 ‘축구의 봄’은 뜨겁기만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38위)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12위)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킬)의 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는 ‘한국 킬러’ 카를루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에게 뼈아픈 1패를 남겼기에 더 의미가 컸다. 케이로스 감독이 2011년부터 약 8년 동안 이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동안 한국은 이란과 5차례 대결해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무 4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은 콜롬비아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4승 2무 1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22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던 콜롬비아는 시차 등 적응이 충분했음에도 한국에는 무릎을 꿇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초반부터 작정한 듯 슈팅을 했다. 전반 7분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을 시도하더니 1분 뒤에도 현란한 발재간으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문을 노렸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소속 팀에서 5경기 연속, 대표팀에서 8경기 연속 무득점을 끝내려는 투지가 넘쳤다. 의욕에 머물지는 않았다. 전반 16분 상대 골문 오른쪽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패스를 받아 그림 같은 슛을 꽂아 넣었다. 직전 몸싸움 과정에서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토트넘)에게 허리를 가격당해 괴로운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누워 있던 손흥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중계 카메라에 키스를 했다. A매치 272일 9경기만의 짜릿한 골 맛이었다. ‘벤투호’에서는 첫 골이다.

손흥민의 골이 들어간 뒤 전광판에 표시된 소음 측정기는 관중의 함성으로 110dB(데시벨)까지 올라갔다. 이는 전동 톱(100dB)보다 큰 소리다. 천둥 같은 함성은 후반 13분에도 울렸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이재성이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였다. 이재성의 강한 왼발 슛은 골키퍼의 손을 맞은 뒤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뽑혔다.

케이로스 감독의 제자이기도 한 벤투 감독은 4-1-3-2 포메이션을 꺼냈다. 손흥민과 황의조를 투 톱으로 내세웠고, 이재성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이청용(보훔)을 2선에 포진시켰다. 3선에는 정우영(알 사드)이, 포백으로는 홍철(수원)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문환(부산)을 배치했다. 골키퍼로는 장염 증세를 나타낸 김승규(빗셀 고베) 대신 조현우(대구)가 4개월 만에 출전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와 직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 등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전반을 0-1로 뒤지자 후반에 로드리게스와 팔카오 등을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콜롬비아는 전반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거센 공세를 이어갔고 후반 3분 루이스 디아스(주니오르FC)가 동점골이자 자신의 A매치 첫 골을 터뜨렸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로드리게스도 날카로운 슛을 시도했지만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거나, 골대 위를 넘어갔다. 후반 43분에 나온 팔카오의 헤딩슛도 조현우를 뚫지 못했다. 종료 직전 넣은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4388명의 관중이 입장해 서울월드컵경기장 역대 9번째 만원 관중이자 처음으로 A매치 6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상대가 후방에서 공격 전개를 시작하는 과정부터 강하게 압박을 하고자 했다. 전반 30분까지 우리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후 상대의 공격 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역습으로 반격했다. 후반전에는 상대의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이 더 강하게 임했다. 후반 여러 차례 우리의 기회를 막은 한국 골키퍼를 높게 평가한다. 졌지만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한다.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한국에 진 적이 없는데 이번에 패하게 돼 유감스럽다.
 
이승건 why@donga.com·정윤철 기자
#벤투호#손흥민#이재성#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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