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한미동맹 흠집 수선해야… 비핵화 두번 속으면 바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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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일방적으로 서두르는 감 있어… 국제사회 의견에 더 귀 기울여야”
관훈토론서 대북정책 조정 촉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26일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이슈에 대한 한미 이견과 관련해 “흠집이 나 있는 한미 동맹을 수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깊이 생각해 볼 때가 왔다”며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큰 틀에서 재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현 정부가 한미 관계를 경시한다고 이해하는 게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어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상대의 이해도 구하면서 가야 하는데 그게 조금 못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이다. 미국을 ‘원 오브 뎀’이라고 생각한다면 외교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중재자나 촉진자보다는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의견에도 더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과 같은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 등을 두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입장과 유엔의 여러 규정을 살펴가면서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마이 웨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도 많고 공관도 많은데, 왜 (국제사회 의견 타진을) 안 하고 (남북 경협 추진 등을) 하는가. 솔직히 말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한국은 책임 있는 유엔 회원국이다”라고 말했다.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남북 관계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론을 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선의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북한이 1992년 남북 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의 합의에도 결국 핵무기 개발을 선택한 것에 대해 “외국 속담에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반기문#한미동맹#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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