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한국 모텔 같은데”…제보로 ‘몰카 생중계’ 잡았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1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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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숙객 1600여명 사생활 중계·판매 일당 구속
셋톱박스·콘센트 카메라 설치해도 눈치 못 채
"해외사이트, 국내 모텔 영상" 제보 수사 착수
피의자들 "서울 등 전국 모텔로 진출 계획해"
경찰 "모텔 관리자·이용자 철저한 점검 필수적"

전국 10개 도시, 30개 모텔, 42개 객실에 1㎜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의 사생활을 불법촬영한 일당이 최근 경찰에 붙잡히면서 ‘모텔 몰카’ 공파가 커지고 있다.

이들 일당이 몰래 촬영한 모텔 투숙객은 무려 1600여명에 달한다. 경찰은 사이트 개설 2주 만에 제보를 받아 수사에 들어갔고, 이달 초 일당을 검거해 그나마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해 11월24일부터 이달 초까지 지방 지역 30개 모텔에 무선 IP 카메라를 설치, 음란사이트 운영에 이용한 박모(50)씨와 김모(48)씨를 지난 8일 구속 송치했다.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이용촬영·영리목적유포) 및 정보통신망법(음란물유포) 위반 등 혐의다.

이들은 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개설해 모텔 객실에서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거나 VOD 판매 방식으로 약 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12월8일 한 시민의 제보로 출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신고자는 민원신고시스템을 통해 “해외 (음란) 사이트 중 배경이 국내 모텔로 보이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실시간 화면인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왔다.

박씨와 김씨는 유사한 해외 사이트를 참고해 이같은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모텔을 직접 다니며 객실을 빌려 셋톱박스, 콘센트박스,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경찰이 회수한 IP 카메라의 렌즈 크기는 1㎜로 육안으로 들여다봐도 알아채기 쉽지 않은 정도이다. 1㎜보다 큰 틈새만 있으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침대를 바라보게 돼 있었는데 수사를 하다보니 약간 카메라 방향이 옆으로 돌아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청소를 하다가 툭툭 건드려 위치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셋톱박스가 놓인 탁자를 청소하면서 가까이에서 들여다 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박씨 등은 자신의 거주지 소재 모텔을 시작으로 지방 모텔에 카메라를 주로 설치하며 차츰 그 범위를 확산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서울 등 전국으로 진출하려고 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들의 카메라에 찍힌 피해자는 16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트 개설 약 2주 만에 신고자의 제보가 접수되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의 빠른 제보 덕분에 서비스 기간이 길지 않았다. (더 많은 피해자를 낳지 않고) 빨리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숙박업소 관리자 등 관계자가 각 객실을 다니면서 구멍, 틈새를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이용자 역시 객실에 들어가서 점검을 하는게 좋다”고 권고했다.

이어 “휴대전화 플래시 기능을 켜 반짝이는 카메라 렌즈 부분을 찾으면 비교적 용이하게 탐지할 수 있다”며 “이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단속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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