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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나팔로 청력 마비시켜 병역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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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나팔로 청력 마비시켜 병역면제

손효주 기자 입력 2019-03-20 03:00수정 2019-03-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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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 차량서 경음기 등 귀에 바싹 대 장애판정 받은뒤 수시간내 정상 회복
前국가대표-알선책 등 11명 적발… 병무청 “7년간 청력장애 재조사”
병무청은 19일 청력을 일시 마비시켜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과 알선책 등 총 1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청력 마비에 활용된 응원용 나팔들(에어혼). 병무청 제공
사이클 선수 A 씨는 스물한 살이던 2009년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입영을 연기하며 군대에 가지 않을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이모 씨(32)를 통해 병역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응원용 나팔(에어혼)과 자전거 경음기(일명 ‘빵빵이’)만 있으면 되는 손쉬운 방법이었다. 저렴한 응원용 나팔은 3000원대다.

우선 A 씨는 병원에 가기 직전 밀폐된 차량 안에서 응원 나팔과 경음기를 귀에 바짝 대고 한두 시간에 걸쳐 간헐적으로 듣는 수법으로 청력을 고의로 마비시켰다. 응원용 나팔 소음은 통상 100dB(데시벨)이 넘어 전기톱이나 헬기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청력이 일시 마비된 A 씨는 병원에서 청력이 온전치 못하다는 진단을 받고 청각장애 4급으로 장애인 등록까지 했다. 이를 이용해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2015년 병무청 재검사에서 현역 및 보충역 복무는 물론이고 전시근로역까지 면제되는 6급 판정을 받았다. 청력 장애로 인한 6급 판정은 양쪽 귀 모두 71dB 이상의 소리부터 들을 수 있을 때 내려진다. A 씨는 검사에 앞서 이 씨에게 1500만 원을 건넸다. 이 씨는 2011년 같은 방법으로 병역 면제된 유경험자였다.

병무청은 19일 이런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이 씨와 A 씨 등 6명과 병역 면제를 시도한 2명, 병역 면제를 원하는 이들을 이 씨와 연결해준 3명 등 11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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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친동생과 고향 선배를 ‘알선책’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친동생 2명을 통해 친동생 지인 및 친구를 소개받은 뒤 각각 1300만 원, 1200만 원을 받아 알선책과 돈을 나눴고 수법을 알려줬다. 이들은 모두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병무청에 따르면 병역 면제가 된 6명은 일시적으로 청력 마비 증상을 겪은 뒤 수 시간 내에 모두 정상 청력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방송 BJ 등 2명은 이 수법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 특히 게임방송 BJ는 이 씨에게 5000만 원이나 건넸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입대한 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은 허위 진단서를 훈련소에 제출한 뒤 귀가한 상태였고 다른 면제 방법을 찾던 중 덜미가 잡혔다.

병무청은 신종 수법이 적발됨에 따라 최근 7년간 청력 장애를 이유로 병역이 면제된 1500명을 재조사할 방침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중고교 시절 생활기록부, 진료기록 등을 살펴 별다른 과거력이 없음에도 성인이 돼 갑자기 청력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중심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병역면제#병무청#병역면제 수법#병역 신체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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