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해금강 일출 볼 수 있게”… 금강산 우선 재개 내비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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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 정상회담 D-8]비핵화 협상 ‘빅딜’ 기대하는 靑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노이 정상회담의 기대치를 낮추며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스몰딜’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18일 이렇게 말했다. 금강산 관광의 단계적 재개 등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구상도 내비쳤다. 비핵화 로드맵을 큰 틀에서 합의하는 빅딜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한 것이겠지만, 일각에선 비핵화 협상과 무관하게 정부가 너무 앞서 남북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文 “가장 먼저 시작할 경협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종교지도자 오찬 간담회에선 금강산 관광 사업이 화두였다. 간담회에는 12, 13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금강산을 다녀온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 김영근 성균관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 다녀오셨죠? 북쪽은 좀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 김 대주교가 “왜 (금강산 관광 재개) 공사를 안 하냐고 하죠”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북한이 공사) 속도를 내자고요?”라고 재차 물었다. 원행 스님과 김 대주교가 금강산에서 해금강 일출을 본 경험을 전하자 문 대통령은 “좋은 징조가 많다”며 “남북한 국민들이 함께 해금강 일출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두 번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원행 스님이 북한의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사업 제안을 전하자 “남북 간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강산 관광이 과거 같은 규모로 시작되기 이전에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이 이뤄지면 금강산 관광의 길을 먼저 여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에 앞서 금강산 관광을 우선 재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발언은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금강산 관광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기대 낮추는 美 vs 빅딜 전망 고수하는 한국

문 대통령의 금강산 관광 언급은 27, 28일 열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스몰딜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순한 기대가 아니다”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스몰딜에 그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과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은 이미 북한과의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거의 의견이 근접된 상태”라며 “‘이런 로드맵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을 왜 하겠느냐’고 북한 인사가 발언했다고 (방미 기간에) 전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의 “우리는 단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는 15일 발언 이후 미국에서 2차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메시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밀고 나가려는 등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외교가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까지는 청와대가 남북 경협 등 한창 예민해져 있을 북-미가 오해할 만한 시그널을 내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2차 북미 정상회담#비핵화#북한#금강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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