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목돈 만들어주는 ‘내일채움공제’, 5인미만 스타트업 “우리는 왜 안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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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최모 씨(31)는 ‘청년내일채움공제’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고용노동부에 가입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당했다. 이유는 기업 직원이 5명 이상(임원 및 신청자 제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였다. 이 회사는 직원이 4명뿐이다.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 확대를 위해 정부가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최근 취업자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직원이 5인 미만인 기업은 가입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돼 스타트업에는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과 해당 기업, 정부가 각각 일정 금액을 적립해 급여와 별도로 목돈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취업자가 이 제도에 참여하면 1600만 원(2년형) 또는 3000만 원(3년형)을 받는다. 지난해 청년 10만8486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는 데 예산 4251억 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9971억 원을 들여 25만5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5인 미만 기업은 원칙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식을 가르치는 스타트업 ‘오미요리연구소’는 직원이 3명뿐이어서 이 공제에 가입하지 못했다. 김민선 대표(34·여)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기술력 못지않게 좋은 인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별다른 혜택이 없다 보니 채용이 정말 어렵다. 5인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에서 5인 미만 기업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 기업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5인 미만 기업은 부당해고나 휴업·폐업이 잦아 장기근속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정부는 보고있다.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현황을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의 8.6%에 불과했다.

5인 미만이라고 해도 벤처 인증 기업, 지식서비스 및 문화콘텐츠,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은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성장성이 있는 5인 미만 스타트업에 기회가 돌아가도록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학주 노무사는 “청년 고용에 기여한다면 업종에 상관없이 5인 미만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현재 가입이 배제된 서비스업종에서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내일채움공제 :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만 15∼34세 청년에게 정부가 급여와 별도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고, 장기근속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2016년 도입했다. 2년형과 3년형이 있는데 2년형에 가입한 청년 취업자는 매달 12만5000원씩, 2년간 300만 원을 적립한다. 그러면 기업이 400만 원, 정부가 900만 원을 보태 1600만 원의 목돈을 지급한다. 3년형 적립금은 청년 600만 원, 기업 600만 원, 정부 1800만 원 등 3000만 원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청년#스타트업#내일채움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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