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美 장벽예산… 트럼프 “어쨌든 지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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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민주, 13억달러선 잠정합의, 트럼프 요구액 4분의 1 수준
장벽 설치장소 제한규정도 신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시한을 나흘 앞두고 의회가 국경장벽 예산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추가 셧다운 우려는 사라진 셈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장벽 예산으로 13억7500만 달러(약 1조5459억 원)가 배정된다. 이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약 6조4085억 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새로 건설되는 장벽 길이는 88.5km(55마일)로 합의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3.6배 정도 긴 321.9km(200마일) 장벽을 요구했다. 또한 환경 보전 등을 이유로 장벽 설치 장소에 대한 제한 규정도 신설됐다.

불법 이민자 수용 인원은 현재 4만9057명에서 17% 하락한 4만250명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수용 인원 3만4000명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제를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불법 이민자 수용 인원이 줄어들면 자연히 국경지대에서 체포할 인원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용 인원 문제는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미국이 국경지대에서 체포하는 불법 이민자는 지난 수십 년간 월 2만5000∼4만 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수개월 동안 역대 최고 수준인 4만9000∼5만 명까지 치솟아 인도주의적 위기를 불러왔다.

이번 합의안은 하루 만인 12일 법안으로 상정돼 상원과 하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경장벽이 설치될 예정인 텍사스주 엘패소 카운티 콜리시엄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아직 합의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장벽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위원회에 참여한 의원들을 비롯해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백악관은 최근 공화당에 당초 요구한 예산안보다 더 적은 금액에도 합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셧다운이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판단하에 협상에서 맹공을 펼쳤다.

한편 강경 보수 의원들과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셧다운 종료 때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에 양보하면 안 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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