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명단에 165세, 149세, 148세가?…지방선거 앞두고 발칵 뒤집힌 터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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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지방선거 유권자 명단 조작 정황
165세 유권자 등록되는가 하면 한 아파트에 거주자 1000명
야당 “에르도안 정부 해도해도 너무 하다” vs 여당 “우리가 피해자”

터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유권자 명단에 오토만 제국 시절 태어났다는 165세 유권자가 포함되는 등 명단이 조작된 정황이 드러나 터키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21일(현지 시간) BBC, 폭스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과 구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은 3월 말로 예정된 터키 지방선거의 유권자 명단이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에 유리하게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로 직전 선거에서 여당이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지역의 명단에 수상한 유권자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주요 야당에 따르면 이번 선거 유권자 명단에는 태어나 처음으로 투표하는 100세 이상의 고령 유권자가 급증했으며, 이중 몇몇은 현재까지 생존했을 리가 없을 정도로 고령이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유권자는 165세 아이세 에키치. 서류 상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오토만 제국 시절인 1854년에 태어나 현재까지 생존해 왔다는 말이 된다. 이밖에도 149세로 등록된 줄푸, 148세로 등록된 한 여성 등이 유권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빈 집이 많은 하나의 아파트에 1000명 이상이 유권자로 등록되기도 했다. 한 주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명단에 기재됐다. 공사 중인 건물, 혹은 이스탄불에 있는 4층까지밖에 없는 건물의 5층에 거주하고 있다고 등록된 유권자도 있었다. 터키 중부 칸키리에서는 유권자 수가 6개월 만에 95% 증가했다.

BBC는 “경기 침체와 통화가치 하락으로 민심을 잃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에게 이번 선거는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명단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요 야당은 여러 부정행위 근거를 제시하며 터키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한 AKP 관계자는 “야당들은 우리가 이런 일을 꾸민다는 인식을 심으려 한다”며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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