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세시대 왕의 식욕은 자격 평가의 잣대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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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중세/유희수 지음/504쪽·2만3000원·문학과지성사

서양 중세는 암흑기일까 황금기일까. 극단적인 평가가 오가는 이 시대를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들여다본 책이다.

중세 서양인들의 의식주는 오늘날과는 많이 달랐다. 중세에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건 사회적 우월과 특권의 표지였다. 배가 나오고 뚱뚱한 것은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식욕이 별로 없는 사람은 지배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9세기 말 한 공작이 프랑크 왕국의 왕이 되지 못한 이유를 두고 “적은 식사로 만족하는 그는 우리를 지배할 자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중세 말이 되면 음식의 질이 중요해진다. 13세기부터는 먹는 음식의 질에 따라 인격을 평가하기도 했다.

농가는 한집에서 사람과 가축이 서로의 온기에 기대 함께 사는 ‘롱 하우스(long house)’가 보통이었다. 폭 5m, 길이 15m 정도의 이 집에는 출입문을 중심으로 한쪽에 가족 4, 5명이 살았고 다른 한쪽에 건초 창고와 가축 우리가 있었다. 인간과 가축은 한 식구처럼 한 지붕 아래 동숙했다. 농민들은 “느릅나무 잎이 나올 때” “딱총나무 꽃이 필 때”처럼 자연현상으로 달과 계절을 구분했고, 민간에서는 무수한 부적을 사용했다.

고려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유럽인들은 18세기까지도 잉글랜드와 프랑스 왕의 치유 기적을 믿었고, 인구 급증도 18세기부터 시작됐다. 집단 심성과 물질문화의 차원에서 보면 중세는 18세기에야 끝이 났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낯선 중세#유희수#서양 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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