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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이 키우기는 ‘극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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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이 키우기는 ‘극한 노동’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입력 2018-12-17 16:31수정 2018-12-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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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로 한국 텔레비전을 거의 안 본다. 그런데 이번 주는 업무 처리를 하기 위해 한 시간 넘게 대기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한 가수가 아들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법을 모른다고 해서 이를 잘 하는 가수인 손호영 씨를 ‘대리아빠’로 투입해 방법을 배운다는 내용이었다. 아연실색했다. 소아심리학적으로 생길 수 있는 트라우마를 차치하더라도 갑자기 거실에 나타난 처음 보는 남자를 아빠의 새 모습으로 속이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타고난 성향과 환경적인 영향으로 아이의 성격이 좌우되는데, 그 본질을 무시한 교육은 좋지 않다고 본다.

서양에서 애 키울 때 걱정하는 점이 유괴다. 어릴 때부터 낯선 사람의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서 가르치고 부모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는 사탕도 받지 말고 절대 따라 가지 말라고 교육시키는 것은 필수다.

‘방송사가 시청률이 아니라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를 들면 낮선 사람에게 속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부모들이 직접 교육을 시키면 아이는 분별력을 갖추고 조금이라도 덜 망설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놀라운 일이 많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한국의 습관과 영국의 습관이 갈라진다. 영국에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엄마가 최대한 빨리 샤워하고 아이와 최대한 많은 스킨십을 갖기 위해서 아이를 계속 옆에 누고 있다. 한국에서 보통 아이를 신생아실로 데려가고 수유할 때만 다시 데려다주는 경우가 많다. 아빠는 3일이나 일주일 동안 아예 못 안아주게 하는 병원도 꽤 많아 외국인 아빠들은 많이 아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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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아이를 낳으면 산후조리원으로 많이 가는데, 영국에선 부유층을 빼고는 보통 병원에서 1박만 하고 바로 집으로 온다. 다만 유아용 카시트를 준비 못했다면 퇴원을 안 시킨다.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카시트를 무조건 쓴다. 아이가 울어도 운전 중이면 절대 안아주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한국에서도 카시트를 쓰도록 하는 법이 있지만 아직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퇴원하는 날은 신생아가 처음 외출하는 날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겨울이라면 한국 아기들은 두 번째 외출까지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한다. 반면 유럽에선 날씨에 크게 신경을 안 쓴다. 신생아를 데리고 여유롭게 외출하는 편이다. 추워도 아이를 담요로 잘 감싸고 돌아다닌다. 덴마크나 다른 북유럽 나라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겨울에 아기를 밖에 데려가면 어떤 동네 어르신들은 꾸중을 하기도 한다.

신생아가 체온을 스스로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추운 날씨엔 조심 할 필요가 있다. 반면 더운 것도 조심해야 한다. 영국에서 신생아 교육을 받아 보면 온도 조절 때문에 아기를 너무 덥게 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아기 재우는 방은 18도 정도에 맞추고 옷이랑 담요로 조절하면 된다고 가르친다. 외국 기준 비해서 한국 집들은 너무 따뜻하고 아기들도 덥게 입힌다. 산모의 몸조리 때문이라고 하지만 땀 흘리는 아기는 과연 잘 자고 있을까 싶다.

안고 재우는 것도 서양과 더 큰 차이다. 영국에서 재우는 과정은 아기 눕히고 책 같이 읽고 인사하고 방 나가는 정도. 같이 눕고 잘 때까지 안아주는 것은 거의 안 한다. 게다가 영국에선 아기를 일찍 재우는 편이다. 미취학아동은 보통 가능하면 저녁 7시쯤에 재우려고 한다. 건강을 지키며 뇌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늦은 밤에도 자지 않고 밖에 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거주 ‘신참 외국인’들은 항상 이 점을 신기해한다.

위에 언급한 차이 이외도 아이를 키우는 문화는 차이가 많다. 어느 나라 습관이 아이한테 더 나은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한국의 아이 키우는 과정은 부모에게 큰 노동이고, 한국 부모는 영국 부모보다 훨씬 힘들게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한다. 아이 키우기가 일이 돼버린 것은 한국에서 출생률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폴 카버 영국 출신·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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