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잔혹한 인종청소 자행… 로힝야족 마을 400개 지도서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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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진상조사단 최종보고서 제출
민간인 고문-학살 일상적 벌어져… 두달간 최소 1만명 목숨 잃어
국제형사재판소 예비조사 착수

“이토록 참혹하고 규모가 큰 범죄 현장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인종 청소’ 문제를 조사해 온 유엔 진상조사단 마르주키 다루스만 대표는 18일 유엔 인권위원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44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제출한 진상조사단은 “미얀마 군부가 국제법상 중범죄에 속하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1880년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미얀마에 유입된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미얀마 독립 이후 ‘불법 이민자’로 박해를 받아 왔다.

진상조사단이 1년 3개월 동안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족 87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로힝야족에게 자행된 미얀마군의 반인권적 행태들이 상세히 담겼다. 보고서는 로힝야족 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최소 1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미얀마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미얀마군은 로힝야족을 담뱃불로 고문하고 어린아이들을 불타고 있는 집 안으로 밀어 넣기도 했다. 조사단은 “보고서에 첨부된 위성사진을 보면 로힝야족 마을 400개가 지도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로힝야족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이 ‘악독하고 반복적인 특징’을 띤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을 나무에 묶어 둔 채 성폭행하는 행태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잔혹한 행위에 대해 미얀마 군인들의 개인 일탈이 아니라 미얀마 군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 10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대부분이 사는 라카인주에 주둔하는 군대에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 유린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지난해의 재앙에 가까운 인권 유린은 계획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8일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 문제와 관련해 예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ICC는 예비조사 결과에 따라 공식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미얀마군 지휘권자 등을 기소할 수도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얀마#인종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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